"케리, 트럼프 행정부에 해로운 행위"…"러시아 스캔들이나 신경 써야"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존 케리 전 국무장관과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케리 전 국무장관이 비공식 채널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등 이란 관리들을 만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에 해로운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
폼페이오는 케리가 최근 자리프 장관을 만난 것에 대해 "케리 전 장관이 하는 일은 아주 부적절하고 전례 없는 일"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과 모순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04년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케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핵합의를 성사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하고 강경 노선을 펼치는 트럼프는 지난 5월 이란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케리의 업적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자주 해왔다.
트럼프는 전날 밤늦게 트위터에 "케리는 적대적인 이란 정권과 불법적인 만남을 했고, 그들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길 기다리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트럼트의 트윗은 최근 '에브리데이 이즈 엑스트라'(Every Day is Extra)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한 케리가 책과 관련해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언급한 말에 대한 대응이다.
케리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2017년 1월 임기가 끝난 뒤 자리프와 3차례 또는 4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권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 보수 성향의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도 노르웨이, 독일, 유엔본부 등에서 자리프를 만났고, "그것은 옳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난 트럼프 행정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이란 사람들에게 코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동에서 더욱 나은 역학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이란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자리프 장관으로부터 끌어내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리는 폼페이오가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비난한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 내가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는 것보다 폴 매너포트가 로버트 뮬러 특검을 만나는 것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 즉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 선상에 있는 매너포트는 선거 당시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게닝'을 선택하고 뮬러 특검의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케리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약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든 이란핵합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내 책을 사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3일 케리의 차기 대통령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나에게는 행운"이라며 트위터에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케리는 9일 CNN방송에 출연해 백악관 내부의 혼란상을 폭로한 책을 펴낸 밥 우드워드 기자를 칭찬하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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