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교황을 中가톨릭 수장으로 인정…교황청, 中 임명 주교 7명 인정"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중국과 교황청이 이달 말 중국 내 주교 임명권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싸움을 끝낼 역사적인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합의에는 중국 정부가 교황을 중국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 공식 인정하는 대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정부가 교황청의 승인 없이 임명한 주교 7명을 공식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또 중국 정부가 지명한 주교에 대해 교황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다.
다만 한 소식통은 서명 직전에 있는 양측의 합의가 뜻밖의 사건들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 정부가 교회를 폐쇄하고 십자가를 철거하는 등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 단체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미 사제들의 성폭력 파문으로 비판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비판이 또 한 번 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교황청은 지난 봄에 합의에 서명하길 바랐으나 일부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반대를 넘기 위해 몇 개월이 더 필요했다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WSJ은 이번 합의는 잠정적인 것으로, 필요할 경우 1∼2년 후 수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두 소식통 중 한 명은 양측이 합의 문서는 서명 후에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교황청이 승인했으나 중국 정부가 공인하지 않은 주교 30여명 대다수의 지위 등 다른 주요 문제는 미해결로 남겨두게 된다고 WSJ은 설명했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청과 중국의 대화는 계속된다"면서 "지금 더 덧붙일 말은 없다"고 밝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3일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양측간 합의 상황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면서 중국은 교황청과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인 1951년 외교 관계가 단절된 중국과 로마 교황청은 3년 전부터 관계 회복을 위한 협상을 개시했다. 양측은 누가 중국 가톨릭 주교를 임명하느냐를 둘러싼 문제를 놓고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작년 말 큰 틀의 타협점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가톨릭은 교황청 인가를 받은 지하교회 신도 1천50만명과 중국 관영의 천주교 애국회 신도 730만명으로 나뉜다.
천주교 애국회 소속 신부들은 중국 정부가 임명하고 있다.
중국과 관계가 복원되면 중국 내 지하 가톨릭 신도들을 합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지하교회와 중국 관영 천주교 애국회의 분열을 봉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중국에서 가톨릭 교세를 확장할 수 있게 되는 터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부쩍 공을 들였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중국 가톨릭 지하교회 신자들을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팔아넘기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와 교황청이 타협하게 되면 지하교회의 신자들이 박해를 받고 궁극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종교통제가 강화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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