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거주인에 편의 제공 목적" vs "대만 정부, 두뇌 유출 걱정해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본토에 거주하는 대만인에 제공하는 신분증을 취득한 사람이 2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본토에서 취업했거나 유학하는 대만, 홍콩, 마카오인에게 중국인과 똑같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신분증을 제공하기로 하고 이달 1일부터 발급 신청을 받았다.
스마트카드 형태인 이 신분증을 보유하면 취업, 교육, 의료, 차량 등록 등 본토인이 누리는 18가지 공공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이 신분증을 신청한 대만인은 2만2천 명을 넘어섰다.
새로운 제도가 예상 밖의 인기를 끌면서 이 신분증의 진정한 목적을 둘러싼 논란 또한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신분증이 대만, 홍콩, 마카오인이 중국에서 거주할 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만 정부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대만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가 새 신분증 제도를 통해 대만인의 중국 본토 이주를 촉진하고 대만인의 독립 성향을 약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더구나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대만인에게 본토인과 같은 대우와 혜택을 부여하는 31가지 교류 정책을 발표한 후여서 이 같은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정책에 따르면 대만 기업은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 전략에 참여할 수 있으며, 대만 연구개발 인력은 본토 인재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대만 인재들은 중국 내 직업 자격증 시험에 신청할 수 있으며,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과 '만인(萬人)계획'에도 참여할 수 있다.
대만 싱크탱크 연구원인 퉁리원은 "새 신분증 제도와 31가지 교류 정책은 대만 정부에 심각한 도전을 던질 것"이라며 "이들 정책은 무엇보다 대만의 재능 있는 인력을 겨냥한 것으로, 대만 정부는 '두뇌 유출'을 방지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이러한 신분증 제도는 사회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사생활 침해의 우려를 낳게 한다"며 "중국 본토 신분증을 취득한 대만인이 이를 대만 정부에 신고할 의무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만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 신분증 신청자들은 주어질 혜택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대만인 회계사 제임스 류는 "새 신분증은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며 "본토를 떠난다면 언제든지 이를 포기할 수 있으므로, 그 정치적 의미에 대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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