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남녀2명 이상증세 호소…"노비촉 중독과 유사 증상" 보도도
경찰, 현장 주변 차단·통제…정확한 원인 파악 중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이 발생했던 영국 솔즈베리에서 16일(현지시간) 남녀 2명이 독극물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솔즈베리에 있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던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갑자기 몸에 이상을 호소했다.
이에 구급대가 출동한 데 이어 경찰과 소방대까지 현장에 나타났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을 '의료 사건'이라고 밝히고 예방조치로 해당 식당과 주변 거리를 차단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건물 안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문제의 식당 주변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전문가들이 목격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지난 3월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에 쓰였던 신경작용제 '노비촉'과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두 남녀는 현재 의식이 있는 상태로, 이들에게 나타난 이상 증세의 원인에 대해서는 검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지언론에서는 두 사람이 노비촉 중독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영국 PA 통신에 이들의 증상이 노비촉 중독과 일치해 의사들이 경찰에 알렸다면서, 다만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들이 증상이 노비촉 중독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경찰에 알린 것"이라면서 "노비촉 중독과 특정 마약 과다복용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솔즈베리에서는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가 쇼핑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중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최근에서야 퇴원했다.
영국 정부는 이들에게서 러시아가 과거 군사용으로 개발한 '노비촉'이 검출된 사실을 근거로 러시아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최근 러시아 군정보기관 GRU 소속 장교라는 2명의 용의자를 살인공모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배후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솔즈베리 시의회 의장인 매슈 딘은 이번 사건과 관련,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 이후 위급 상황으로 오인한 사건들이 다수 있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주민들에게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 후 3개월가량 지난 6월 말 솔즈베리 인근 도시에서 남녀 2명이 노비촉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지에서는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솔즈베리에서 13km 떨어진 에임즈버리의 한 건물에서는 찰리 롤리(45)와 던 스터지스(44) 커플이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터지스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7월 사망했고, 롤리는 퇴원했다가 최근 수막염과 시력 문제로 재입원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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