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고개 드는 대미 강경론…"미국도 고통 맛봐야"

입력 2018-09-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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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고개 드는 대미 강경론…"미국도 고통 맛봐야"
전직 재정부장, '중간재·부품 대미 수출제한' 공개 제안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고율 관세를 곧 부과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에서 미국에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반격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하고 있다.
17일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러우지웨이(樓繼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전날 발전고위층포럼 발표에서 공급사슬상의 핵심 중간재와 원자재, 부품 수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우 주임은 "이런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미국 정부가 관세 리스트에서 제외한 물건들, 미국 기업들이 전력을 다해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호소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핵심 중간재 등의 수출을 끊으면 미국이 대체재를 찾는 데까지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미국이) 전쟁의 고통을 맛봐야 무역전쟁을 멈추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 주임은 이어 "전력을 다해 중국 경제를 억누르려는 것이 현 미국 정부의 정책"이라고 진단하면서 "일부 미국인들은 미국의 무역 적자가 커 (관세 보복용) 총알이 충분하다고 여기지만, 당신들의 총알이 곧 우리의 총알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그간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높지 않다고 봐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러우 부장의 발언을 계기로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에 다소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러우 주임이 중국 정부의 외곽조직인 정협 고위 간부일 뿐만 아니라 전직 재정부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개석상에서 나온 그의 '제언'을 예사롭게 봐 넘기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하듯 러우 부장은 "나는 정협에서 일해 정부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중국 특유의 정치 문화상 당·정과 사전 조율을 거쳐 대미 메시지 내용과 수위를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중간재 등의 대미 수출 중단 제안은 중국이 더는 미국과 대등한 관세전을 벌일 수 없는 지경이 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 7월 이후 총 500억달러 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겼다. 그간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물리면 같은 액수의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그러나 작년 미국의 대중 수출액이 5천56억달러에 달한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1천304억달러에 그쳤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대로 2천억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추가로 곧 부과한다면 '관세 실탄'이 떨어진 중국은 더는 같은 규모로 맞대응할 수 없게 된다.
또 최근 들어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는 잘 나오면서 중국 당국이 '대미 장기 항전'에 자신감을 느끼게 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치열한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 들어 주가와 위안화 가치가 동반 급락하는 등 중국이 큰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나 8월 무역수지, 소매판매, 산업생산, 실업률 등의 지표는 양호하게 나왔다는 평가다.
아울러 다가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중국 측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 호조에도 '레지스탕스 기고문' 파문 등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야당인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를 넘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가시적인 '고통'을 주는 구체적인 반격 조처를 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전술적 변화를 고려해봄 직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중간선거 전까지 미국 정부의 태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지 않는 분위기"라며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겨 대중 압박이 더 강화되든, 민주당이 이겨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든 일단 상황을 관망하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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