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교회 목사 "중국 공산당, 종교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종교 믿는 사람이 공산당원 4배…종교를 실존 위협으로 간주"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종교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을 통해 신앙에도 국가의 고무도장을 찍으려 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이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 등 각종 종교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 베이징(北京) 최대 개신교 '가정교회'인 시온(錫安)교회의 신도들의 예배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1천300명에 달하는 이 교회의 신도들은 베이징 시내 북부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하는 대신, 길거리에서 소그룹으로 모여 휴대폰으로 다운받은 김명일 목사의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중국 공안 당국이 한 주 전 시온교회를 강제로 폐쇄했기 때문이다.
조선족인 김명일 목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시안교회 폐쇄)은 종교에 대한 포괄적인 전쟁의 한 부분"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은 종교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비단 개신교뿐만 아니다. 가톨릭, 불교, 이슬람교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중국 공산당)은 우리가 모두(모든 종교) 당에 대해 충성을 맹세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5대 종교, 즉 불교, 가톨릭, 개신교, 도교, 이슬람교는 시 주석 집권 이후 가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으로 민족주의를 조장하고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시 주석의 이러한 캠페인은 소수 민족을 '중국화'하고 '서구적인' 사상을 근절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
1천3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이슬람교도들이 거주하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중국 정부는 이른바 '이슬람의 이데올로기적 바이러스'에 대해 강도 높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난주 펴낸 117쪽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종교적 제약과 집단 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100만 명가량의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당한 채 정치적 세뇌교육을 받고 고문을 포함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와 도교의 경우도 종교적인 조형물을 세우거나 새로운 상업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금지당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중국 불교의 성지이자 소림무술로 유명한 허난(河南) 성 덩펑(登封)시의 소림사(少林寺)는 495년 건립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종교의 중국화'를 목표로 하는 '종교사무조례'를 지난 2월부터 시행하면서 종교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기독교 중국화 5개년 계획'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국가의 공인을 받지 않은 가톨릭 '지하교회'와 개신교 가정교회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의 경우 중국 정부는 관영 '삼자(三自) 애국교회'만을 공인하지만, 중국 전역에 '가정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교회가 있다.
가톨릭의 경우도 중국 정부는 천주교 애국회 소속 교회만을 공인하지만, 로마 교황청을 따르는 수많은 지하교회 신도들이 존재한다.
중국 당국은 교황청과 중국 내 주교 임명권 문제를 둘러싼 협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지하교회에 대한 폐쇄 조처를 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개신교 가정교회에 대해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에서 수많은 개신교 가정교회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로 폐쇄됐다고 WP는 전했다.
홍콩의 명보(明報)는 지난 6일 자 기사에서 허난성 당국이 교회 4천여 곳의 십자가를 강제로 철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허난성 당국은 가정교회나 지하교회 뿐 아니라 당국의 공인을 받은 삼자 애국교회의 십자가까지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주간 약 279명의 목사가 교회에 시 주석의 초상화를 내걸고 공산당의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는 중국 공산당의 지침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중국 종교문제 전문가인 노트르담대 캐리 코에셀 교수는 "시 주석이 종교에 대항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종교를 믿는 중국인은 공산당원보다 4배나 많다.
중국 공산당원은 약 9천만 명이지만 기독교 인구만 7천만 명에 달한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기독교도는 중국 인구의 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불교를 믿는 사람이 18%,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은 2% 미만이다.
코에셀 교수는 "이들 종교 가운데 일부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를 매우 긴장하게 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그들이 국가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종교를 실존하는 위협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종교 탄압을 한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중국 외교부는 다른 민족 집단과 종교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장하고 있다고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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