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작 前총리 부인 만소르 여사, 돈세탁 등 혐의 기소 직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나랏돈을 빼돌려 보석과 명품백 등을 사모았다는 의혹을 받는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 부인이 조만간 기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는 나집 라작(65) 전 총리의 부인인 로스마 만소르(67) 여사의 돈세탁 혐의 등에 대한 반부패위원회(MACC)의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로스마 여사가 최대 20건의 혐의로 형사 기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중에는 국영투자기업 1MDB의 옛 자회사를 통해 빼돌린 공적자금으로 2015년 초 100만 링깃(약 2억7천만 원) 상당의 미국산 노화방지 호르몬 제품을 구매했다는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마 여사는 지난 6월 이미 한 차례 MACC에 소환돼 조사받은 바 있다.
남편인 나집 전 총리는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배임과 반(反)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7건의 혐의로 기소돼 내년 2월부터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나집 전 총리는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1MDB를 설립한 뒤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런 와중에 로스마 여사는 1억 원 남짓인 남편의 연봉 외엔 알려진 소득원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명품백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로스마 여사에 대해서는 명품구두만 3천 켤레를 사 모아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에 못지않다는 비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나집 전 총리나 로스마 여사가 1MDB 스캔들의 전모를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집 전 총리의 측근으로 비자금 조성 및 실무를 담당한 금융업자 조 로우가 필요 이상으로 비자금 규모를 부풀린 뒤 상당 부분을 제 몫으로 챙겼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1MDB 스캔들을 취재한 내용을 담은 책 '빌리언달러웨일'을 출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기자 톰 라이트는 "나집 전 총리의 부정부패는 명백하지만, 조 로우가 운영한 비자금 규모가 45억∼60억 달러(약 5조∼6조7천억 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그가 알았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을 돌며 호화생활을 하던 조 로우는 올해 5월 총선에서 나집 전 총리가 권좌에서 쫓겨난 직후 잠적해 현재는 중국 본토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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