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롯데 자이언츠의 오른손 투수 구승민(28)은 최근 3경기에서 32구, 29구, 29구를 던졌다.
투구 수가 적지 않은 데다 팀의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했다.
구승민은 이틀 연투를 한 15일 사직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2⅔이닝을 던졌다.
리그 막판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 어느 정도는 무리한 마운드 운영이 불가피해진다.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관리 야구를 고집할 사령탑은 별로 없다.
하지만 롯데는 사정이 다르다. 롯데는 현재 53승 2무 67패로 5위 LG 트윈스에 6경기 차 뒤진 8위다.
롯데가 남은 22경기에서 이 격차를 뒤집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상황인데도 롯데는 최근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가을야구 포기 없다"고 말한다.
롯데는 지난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1로 승리하고 8연패 악몽에서 벗어났다.
또 한 번의 총력전을 벌인 결과였다.
롯데는 선발 노경은(5⅔)에 이어 구승민(1⅔이닝)-고효준(⅓이닝)-손승락(1⅓이닝)을 투입해 LG의 추격을 1점으로 막고 승리를 챙겼다.
롯데 마무리 손승락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손승락은 경기 후 "후배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일찍 마운드에 올라서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손승락은 이날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7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했다.
손승락이 고생한다고 언급한 후배 중에는 후반기 롯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은 구승민이 있다.
구승민은 올 시즌 51경기에서 61⅓이닝을 던져 6승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5월 초 옆구리 염좌로 한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구승민의 소화 이닝은 전체 10개 구단 불펜 투수 중에서 8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즉 구승민은 짧은 기간에 많이 던졌고, 특히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등판 간격이 급격하게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필승조'인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이 와해되고, 진명호-오현택이 후반기 들어 구위가 떨어지자 구승민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펜 투수의 혹사는 비판받을 일이지만 '가을야구'라는 명분이 있다면 팬들도 어느 정도는 수긍한다.
하지만 롯데는 팬들을 설득할만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
물론 프로 선수라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미래를 희생시키는 것까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년 시즌 롯데 불펜진의 핵심 역할이 기대되는 구승민은 올 시즌 막판 너무 많이 던지고 있다.
구승민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아직 공의 스피드나 구위 등에는 큰 이상이 없다"며 "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쉬었기 때문에 지금 던지는 것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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