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이냐 극적 대화냐…기로에 선 미중 무역전쟁

입력 2018-09-19 11:21   수정 2018-09-19 12:57

파국이냐 극적 대화냐…기로에 선 미중 무역전쟁
'3차 관세 공방'서 미·중, 예고보다 세율 낮춰…대화 신호도
11월 美중간선거 결과 주목…미·중 살얼음판 속 탐색전 이어질 듯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이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하고, 중국도 이에 맞서 600억달러의 어치의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졌다.
다만 미중 양국이 애초 공언했던 수준보다는 관세율을 낮춰 발표하면서 시장에 끼친 충격이 제한적이었고, 날 선 공방 속에서도 양국이 조심스럽게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따라서 향후 미중 무역전쟁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세계 경제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지, 극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중 양국은 오는 24일부터 각각 2천억달러, 600억달러 어치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
앞서 미중은 7월과 8월 각각 340억달러, 160억달러 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어 이번에 '3차 공방'이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
2천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대중 관세는 가뜩이나 경기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는 중국 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0.5∼1%포인트가량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수입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면서 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에는 가구, 식품류, 의류, TV 등 가전, 장난감 등 소비재가 대거 관세 부과 목록에 오르면서 미국인들의 체감 고통도 클 전망이다.
비관적 전망이 커지는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아직 미중 양국이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극적인 대화 국면 전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미중 양국이 '3차 관세 공방'에 돌입했지만, 우선은 예고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되는 점에 주목했다.
근 4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밀렸던 상하이종합지수는 19일 1.82% 급등 마감했다. 지난 6월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6%가량 하락했다는 점에서 10%의 추가 관세가 중국 수출 기업에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 충돌에도 향후 협상 기대감이 유지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9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71% 상승 마감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 24일부터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되 세율을 우선 10%로 적용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25%로 높이기로 했다.
중국 정부도 당초 추가로 6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5∼25%의 관세를 매겨 반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미국이 관세율을 우선 10%로 낮춰 시작하기로 하자 중국 역시 적용 세율을 5∼10%로 낮춰 발표하면서 향후 미국의 태도에 따라 세율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무역전쟁이 전면전에 접어드는 단계에서 양국이 조심스럽게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3차 공세'로 중국이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거부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있지만, 중국은 아직 명확하게 협상 거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중국은 전날 발표한 국무원 명의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이 무역갈등을 중단하길 원한다"며 "중미 양국이 평등하고 신뢰 있는 실무적인 대화와 상호 존중을 통해 상호 이익과 공영의 양자 무역관계와 자유무역 원칙,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세계 경제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을 밝히는 성명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과 지금의 무역 상황을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고위 관리들도 자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로 급선회할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 부주임은 18일 톈진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다룰 때 보여줬듯이 매우 빨리 (중국과 대화로) 돌아설 수 있다"며 "나는 우리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안팎에서는 단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미중 무역협상의 향배에도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때까지는 미국과 중국이 살얼음판 국면 속에서 탐색전을 이어가겠지만, 극적인 돌파구 마련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홍콩 ING은행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아이리스 팡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는 어렵게 됐다"며 "중국은 아마도 (11월 중간) 선거 때까지 대화를 지연시키는 가운데 부양책을 통해 무역전쟁의 낙진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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