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최소 51명 메탄올 중독…환자 대부분 외국인"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메탄올이 섞인 저질 밀조주가 유통돼 최소 19명이 숨지고 14명이 중태에 빠졌다.
19일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17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모두 51건의 메탄올 중독 의심 사례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슬랑오르 주 클랑 밸리 지역에서 산 양주와 맥주를 마신 뒤 복통과 두통, 현기증, 구토, 시력감퇴 등 증상을 호소했다. 일부 환자는 호흡곤란과 경련, 의식상실 등을 겪기도 했다.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 보건부 국장은 "신고된 환자 51명 중 19명이 숨졌고, 14명은 중태"라면서 "메탄올 중독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계속 나오는 만큼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48명은 전원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 주변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됐다.
누르 히샴 국장은 환자들에게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검출한 샘플을 분석하는 한편, 추가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와 관련해 전날 오후 슬랑오르 주 숭아이 불로 지역의 외국인 상점 여러 곳을 급습해 판매 중이던 주류를 압수하고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말레이시아 법은 독성이 있는 재료로 음식물을 만들어 피해를 초래할 경우 10만 링깃(약 2천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지에선 저질 밀조주로 인한 사망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올해 4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반둥 등지에서 저질 밀조주가 대량으로 유통돼 주민 100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동남아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인 말레이시아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말레이시아에는 현재 30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대부분 건설현장과 농장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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