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무자 협의 통해 보건의료분야 협력 우선순위 정할 것"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남북 정상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200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대북 보건의료지원 사업이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보건·의료 분야 협력은 북한이 대응 능력을 상실한 감염병 관리와 모자보건 등을 중심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북한의 결핵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의 인구 10만명당 결핵 유병률은 561명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834명)과 레소토(788명)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환자의 상당수가 최소 2가지 이상의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에 감염돼 치료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우리 정부로부터 지원이 끊기자 북한은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세계기금(Global Fund)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세계기금이 최근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한발 슈퍼결핵'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방역체계 붕괴와 백신 부족으로 수인성 질환과 신종 전염성 발생에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 협력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남북이 앞으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을 본격화하면 전염병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실한 상황에서 북한으로 감염병이 유입될 경우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남쪽에서 파견한 인력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산모와 영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보건사업은 우리 정부가 지속해서 관심을 둔 분야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우리의 남북협력기금을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주도했으나, 북핵 문제로 2015년 이후에는 정부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북한의 영아 사망률(출생아 1천명당 1세 미만 사망자 수)은 23.68명(2014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5배, 남한의 6배를 넘는다.
산과 병원의 경우 항생제나 소독제 등 필수적인 의약품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많고, 도 단위 병원조차 상당수 출산에 필요한 초음파 기기, 심전도 기기, 산소공급용 마스크와 튜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형간염 모자 수직감염도 심각하다. 북한 내 B형간염 유병률은 1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이러스를 보유한 산모가 출산 시 신생아에게 전파하는 것을 북한 의료시스템으로는 예방하기 힘든 상태다.
정부는 향후 북한의 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서 필요한 의료 소모품이나 처치물품, 의약품, 특수치료영양제품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상회담이 끝나면 보건당국 실무자 협의를 통해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확인하고 협력 우선순위를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10·4선언'을 바탕으로 실무단이 방북해 협력 사업을 최종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온정인민병원 현대화 사업, 기생충관리기술 전수, 수해지역 의료지원, 약솜공장 건립 등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교류가 중단된 만큼 북한의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어 실무자 회담을 통해 현재 상황과 필요를 파악할 것"이라며 "남북한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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