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AI 창궐때 제기된 '병아리 소유권 갑질'은 무혐의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닭고기 업계 1위 하림[136480]이 계약과는 다른 방식으로 닭 가격을 정해 사육 농가의 뒤통수를 쳤다가 과징금을 물게 됐다.
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대량 살처분 때 하림이 벌였던 병아리 외상 가격 인상은 불공정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하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천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하림은 2015∼2017년 550여개 농가와 생닭을 거래하면서 전체 거래의 32.3%인 2천914건을 계약서와 달리 농가에 불리하게 닭 가격을 산정한 혐의를 받는다.
하림과 농가의 닭 가격 산정 방식은 몹시 복잡하다.
하림은 병아리와 사료를 농가에 외상으로 팔고, 병아리가 닭으로 자라면 이를 전량 매입하면서 닭 가격에 외상값을 뺀 나머지를 농가에 준다.
닭 가격은 일정 기간 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하림이 사후 산정하는 구조다. 약품비와 사료 원가, 병아리 원가, 사육 수수료 등을 더해서 산정한다.
문제는 닭을 다 키우고 출하 직전 정전이나 폭염과 같은 사고나 재해로 폐사할 때 발생한다.
계산식에 따르면 이런 경우 출하하는 닭의 마릿수가 줄어들고 닭 한 마리에게 필요한 사료의 양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닭 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며 매입자인 하림에게는 불리해진다.
하림은 이를 막으려고 닭이 폐사한 농가 93곳의 데이터를 계산할 때 제외했다. 결국 닭 가격은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농가가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성은 농가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셈이지만 이러한 계산 방식을 하림은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거래 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공정거래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정위는 작년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하림의 '병아리 갑질'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농가는 살처분에 따른 마리당 보상금을 정부로부터 받았는데, 하림은 이 보상금과 관련해 병아리 외상값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거래 구조상 농가가 닭을 납품하지 못하게 되면 병아리 외상값은 그대로 빚이 되는데, 이를 더 올리면서 사실상 살처분 보상금을 하림이 가져가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러한 행위가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위원회는 혐의가 없다고 봤다.
계약서에 닭이 살처분됐을 때 닭 가격 산정방법이 없었던 점, 정부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액이 하림 측이 인상한 병아리 가격보다 더 높아 농가에게 불이익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무혐의의 근거로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거래상 열등한 지위에 있는 농가에 대금을 낮게 지급하는 행위를 최초로 적발해 제재했다"며 "사업자와 농가 사이 불신의 주요 원인인 사육 경비 지급과 관련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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