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전유물 사법행정권한 외부인에 개방…'판사는 재판만'
타임라인 제시, 우선 추진사항 선별…사법개혁 실행력·속도감 제고에도 방점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내놓은 대대적인 사법행정 개혁안은 법원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조속히 되찾기 위한 대책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김 대법원장이 취임할 당시에도 사법불신을 타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비슷했지만, 사법부가 직면한 위기는 1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재판거래 의혹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고, 검찰과 압수수색 영장 등을 놓고 잇따라 마찰음을 내면서 김명수 사법부 역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회의론이 비등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 대법원장이 내놓은 개혁안은 이른바 '셀프개혁'의 한계를 타개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데 초점이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법행정 개혁 과정에 외부 참여를 늘리는 한편 판사 집단을 오로지 '재판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는 것이다.
사태의 진원인 법원행정처를 과감히 폐지하고 판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법행정 권한을 가칭 '사법행정회의'에 맡기겠다고 공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법행정의 방향을 법원 바깥 인사들과 함께 잡아가겠다는 취지다.
대법원장 직속으로 새로 만들 실무추진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역시 외부 법률전문가 4명·판사 3명으로 외부인의 입김이 더 센 구조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에서 더 나아가 상고제 개선 등 재판제도를 손질하는 작업을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 외부단체가 참여하는 더욱 큰 사법 개혁기구를 만들도록 추진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김 대법원장은 "주요 사법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사법행정 라인에서 판사들을 제외하고 외부 파견도 최소화해 판사들이 고유의 업무인 재판에 온전히 몰두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그간 추진한 개혁안의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한 것도 취임 1년을 맞아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풀이한다.
그간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가 사법부 내부 검토 단계에서부터 국회 처리 단계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개혁 방향성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개혁 작업의 실행력과 속도감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일례로 김 대법원장은 불과 5달 후인 내년 2월 인사부터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3분의 1 감축하고 자신의 임기인 2023년까지 상근 판사를 모두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도 다른 개혁기구 발족을 기다리지 않고 별도 트랙으로 곧바로 입법이 추진하겠다고 김 대법원장은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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