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논문…"이 상태 수백년 지나면 해안·섬은 수몰"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지구 온도가 2도만 올라도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남극 대륙 빙하가 녹아 수백 년이 지나면 4m 정도의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컬리지의 빙하학자 데이비드 윌슨이 이끄는 연구팀은 12만 5천년 전 호주 남쪽의 윌크스 빙하 분지가 땅 위로 이동하며 생성된 퇴적층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20일 보도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빙하가 땅 위를 지나면, 빙하수는 땅에서 침식된 부산물을 함께 나른다. 이 부산물로 된 퇴적층이 과거 빙하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시간을 역추적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윌슨 교수는 "과거 기온이 오르내릴 때 대륙 빙하가 작아지거나, 커졌는지를 분석해 앞으로 남극 빙하가 온난화에 어떻게 반응할 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지구 온도가 2도만 올라도 '잠자는 거인'(Sleeping Giant)으로 불리는 지구 최대 빙하인 동남극 대륙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슨 교수는 "기온이 완만하게 상승할 때 어떻게 대륙 빙하가 녹는지를 최초로 규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느냐에 따라 해빙 정도도 달라지지만, 섭씨 2도면 변화를 체감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보다 더 앞선 45만 년 전 간빙기 퇴적물을 분석해 이 시기 동남극 빙하의 해빙으로 해수면이 지금보다 수 미터 더 높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이어 지구 온도가 2도 오른 상태로 수백 년이 흐르면 대륙 빙하가 모두 녹고, 해수면은 4m 가량 상승해 작은 섬나라나 해안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수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 기온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조치도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현재 탄소 배출량 조건으로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4∼5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에 참여한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의 케빈 윌셔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이번 세기말에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대한 것"이라며 "지구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후보다 1도 올랐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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