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 만난 적 없어…아랍가족 모습 놀랍다" 반응 속 "몽상적"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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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증오의 악순환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로를 조금이라도 이해해보자는 한 작가의 '작은 노력'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소개됐다.
20일(현지시간) 신문에 따르면 예루살렘 박물관에 최근 팔레스타인 일반 가정집 거실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 등장했다.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한 신진 작가들의 전시회에 참여한 예술가 다니엘 란다우가 '손님(visitors)'이라고 이름 붙인 작품으로, 공간의 한쪽은 유대인 가정처럼 꾸미로 다른 쪽은 팔레스타인 가정처럼 꾸몄다.
관람객들은 가상현실(VR) 고글을 사용해 팔레스타인 가정을 360도 둘러보고 가족들 사이에 오가는 얘기도 듣는 등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 대부분은 유대인으로 최근 석 달 새 20만 명 이상이 이 작품을 경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팔레스타인들의 생활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한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아랍 가정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랍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 "아랍 가족의 모습을 보다니 놀랍다"라는 소감이 많이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박물관은 팔레스타인 수천 명이 사는 예루살렘 아랍인 거주지역과는 불과 3.2km 정도, VR 영상 촬영에 동의해준 팔레스타인 가족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 마을과도 9.6km 거리에 각각 불과하지만, 유대인과 팔레스타인간 교류는 사실상 전무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작품을 기획한 란다우는 "표면적으로 전시회는 위협적이지도 않고, 심지어 순진하기까지 하다"면서도 "하지만 한 꺼풀 들춰보면 이는 매우 비극적이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란다우는 예루살렘의 유대인 거주지역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인근 팔레스타인 마을에도 친구가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도 이번 전시에 대해 "이 작품은 서로 맞붙어 살지만, 점점 더 멀어져가는 두 사회의 분리된 모습을 발가벗긴다"면서 '아픈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촬영팀에 자신의 집을 공개했던 팔레스타인인 라지 샙틴(55)은 "타인에게 평화를 믿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집을 본 데 대해 "좋은 느낌"이라고 언급해 전시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들간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다만 박물관을 찾은 이스라엘인 학자 이도 하라리(43)는 양측의 적대감이 계속 커진 상황에서 건국 이전으로 돌아가 아랍인과 유대인이 섞여 살자는 것은 "다소 몽상적"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이 현재와 같이 물리적으로 분리된 것은 팔레스타인의 1987년과 2000년 두 차례 인티파다(무장봉기)를 이스라엘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후다.
이스라엘은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출입을 막고,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 치하의 요르단강 서안으로 가는 것도 막았다.
현재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반(反) 이스라엘 운동이 힘을 얻고 있고,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도 '공존'을 얘기하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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