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네덜란드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이안 부루마(66)가 미국의 유명 격주간 문예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편집장 직에서 물러났다.
'미투(me too)' 폭로로 과거의 성추행이 드러나 물러난 전직 방송인의 에세이를 잡지에 실은게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부루마는 지난해 이 문예지의 편집장을 맡았다.
이 잡지의 대변인 니콜러스 듀링은 19일(현지시간) "그가 더는 편집장이 아니다"라고 사임을 확인했다. 자발적 사퇴였는지, 해고였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부루마의 신변 변화는 지난 14일 이 잡지의 온라인판에 실린 캐나다 CBC방송의 전직 인기 라디오방송 진행자 젠 고메쉬의 논란성 에세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메쉬는 2014년 20여 명의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해고됐다.
그는 2016년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다만 고메쉬에게 과거 추행했던 옛 동료에게 사과하라는 '선행명령'을 내렸다.
고메쉬는 '해시태그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이번 에세이에서 성추문으로 얼룩진 시간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추락'을 한탄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자신이 받았던 모욕감, 친구와 동료에게서 멀어진 고립감,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은 물론 자살 충동까지 언급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그의 성추행을 주장했던 여성들 일부가 "우리가 왜 고발했는지 엄중함을 모르고 동정심을 얻으려 한다"고 반격에 나섰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루마가 나서 해당 에세이를 게재한 이유를 옹호한 것이다.
부루마는 인터넷 잡지 '슬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잘잘못을 가리는 재판관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법정에서 무죄선고를 받았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메시의 행동의 본질에 대해 나는 잘 모르고, 그것은 또 나의 관심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법적으로 죄를 짓지는 않았으나 대중의 맹비난을 받을만한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런 비난은) 얼마나 지속돼야 하는지, 어떤 형태로 벌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루마는 2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한 작가다.
과거에 홍콩의 월간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영국의 정치잡지 '스펙테이터'의 편집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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