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서 미국과 정면 대결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최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강조하면서 대미 유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뉴스 사이트 둬웨이(多維)는 21일 미국과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진 가운데 중국 내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과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인정하고 미래를 위해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현실론이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미 강경론자들은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충돌은 결코 피할 수 없으며, 미국의 대중 무역 공세는 중국의 부상을 억누르기 위한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은 작금의 중미 간 무역전쟁이 단순한 무역 분쟁의 차원을 넘어선 것인 만큼 중국이 미국과의 일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반면, 현실론자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 세계 질서에 불만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이를 뒤바꿀 충분한 힘을 갖추지 못한 이상에는 미국과 전면전에 나설 수 없다고 본다.
이들은 개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중국과 외부 세계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중국이 양호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미국과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나서기보다는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고 미래에 닥칠 미국과의 진짜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둬웨이는 "중국의 조야에서 강경론이 점차 대두하고 현실론은 수세에 몰리고 있다"며 "강경한 민족주의적 국민 정서 속에서 현실론자들은 나약한 투항주의자로 보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관영 언론과 현직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조차 미국과의 대결이 불가피한 것인 만큼 중국도 수세에서 벗어나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공개적인 목소리가 표출하고 있다.
일례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인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재정부장은 최근 한 공개 포럼에서 "전력을 다해 중국 경제를 억누르려는 것이 현 미국 정부의 정책"이라고 진단하면서 공급사슬 상의 핵심 중간재와 원자재, 부품 수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맥락에서 리 총리가 미국에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자는 유화 메시지를 미국 측에 공개적으로 발신하기 위해서는 나약한 지도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 총리는 지난 19일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분쟁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며 어떠한 일방주의도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면서 미국에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에 보복 조처를 하겠다는 등의 강경 메시지를 내놓기보다는 중국이 개혁개방 확대, 시장 기능 중시 등의 해법을 통해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천억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발표한 이후 나온 첫 중국 최고 지도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의 연설은 큰 주목을 받았다.
둬웨이는 "베이징의 정치 분석가들이 보기에 리 총리의 연설에는 불에 기름을 붓거나 큰 소리로 보복을 외치는 내용이 없었다"며 "이는 거대한 정치적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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