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해저 빙하가 유실되는 것은 막기 위해 차단벽을 설치하는 방안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늦출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 보도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마이클 울로빅 연구원 등은 이날 유럽지구과학연맹이 발간하는 '크리오스피어(빙하권) 저널'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암석과 모래로 해저 제방을 구축하는 방안을 연구 과제로 제시했다.
일단은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보이지만 구조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얘기다. 울로빅 연구원은 "우리는 그저 자갈이나 모래를 쌓아 올리는 아주 단순한 구조물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빙하가 심해로 미끄러져 들어가 녹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따뜻한 해수가 빙하 기반에 닿는 것을 막자는 것이 차단벽을 설치하는 또다른 목적이다.
울로빅과 동료 연구원들은 초대형급에 속하는 남극 서부에 자리 잡은 스웨이트 빙하를 대상으로 컴퓨터 분석 모델을 돌려 이 빙하의 유실을 막는 데 필요한 장벽의 규모를 추정했다.
스웨이트 빙하의 면적은 영국 브리튼섬에 맞먹으며 단일 기준으로 장차 전세계 해수면의 상승을 유발할 최대의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진 활용한 분석 모델에 따르면 이 빙하 주변의 해저에 높이 300m의 기둥이나 언덕 여러 개를 만드는 데는 0.1∼1.5㎦의 골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두바이가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를 건설하는 데 투입한 골재량은 0.3㎦였고 수에즈 운하를 파면서 나온 골재량은 1.0㎦였다.
연구진은 이 정도 규모의 구조물을 세울 경우, 빙하의 붕괴를 막을 확률이 30%였고 남극해의 가혹한 환경에서는 건설하기가 까다롭지만 소규모의 해저 장벽을 세우면 빙하 기반에 닿는 따듯한 해수를 절반 가량 차단할 확률이 70%였다고 밝혔다.
해저 장벽은 빙하의 엄청난 압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를 선정하고 내구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되겠지만 지구 온난화가 멈추지 않는 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믿음이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