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일부 재판관 공백 해소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헌재의 기능 차질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는 20일 본회의에서 국회 선출 몫 김기영·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여야의 이견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하면서 끝내 표결을 하지 못했다. 애초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던 상황이라 헌재의 충격이 크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헌재 소장 후보자에 지명된 유남석 헌법판관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무사히 통과해 21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소장에 공식 취임함으로써 일시적 소장 공백 사태를 해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과거 진보단체 활동과 위장전입 문제 등으로 일부 야당의 반발에 사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지만, 같은 날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재판관에 취임했다. 두 명은 국회 임명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19일 이진성 소장 등 5명의 재판관이 동시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21일까지 잠시 조용호·서기석·이선애·유남석 4명의 재판관 체제로 비상운영됐다. 헌재 재판관 정원 9명 중 5명이 공석이 된 것은 1988년 헌재 출범 후 초유의 일이다. 4명 재판관 체제에서는 헌재가 위헌 결정 등 중대 판단을 못 하는 것은 물론 5명이 참여해야 하는 '재판관 회의'조차 열 수 없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21일 2명의 재판관이 충원된 것은 다행이지만 6인 체제에서도 헌재 활동에 제약은 많다. 추석 연휴와 국회의 복잡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공백 해소는 빨라야 10월 초에나 가능하고 그 이후로 미뤄질 공산도 크다니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 또는 선출하는 헌법재판관이 제때 임명되지 않아 헌재가 곤란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지연되거나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낙마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는 박한철 헌재 소장과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퇴임에 따른 후임 인선이 늦어져 8인 재판관 체제가 9개월가량 이어졌고, 2011년에는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후보자가 여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 표결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재판관 자리 하나가 1년여간 공석이 되기도 했다. 헌재 재판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을 경우 청문 절차 등을 위해 최소한 퇴임 1개월 전 후임자를 지명 또는 선출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국회와 대통령의 인선이 8월 말~9월 초에야 마무리돼 너무 늦었다. 게다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져 국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표결이 지연돼 헌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헌재는 헌법 가치의 최후 수호자로 위헌법률 심판·탄핵 심판·정당 해산 심판·권한쟁의 심판·헌법소원 심판 등의 중요한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헌법기관이다. 여기서 내려지는 결정은 국가 운영이나 국민의 기본권 및 삶과 직결된다. 따라서 헌재 업무에는 단 하루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헌법재판관 3명의 공석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퇴임 재판관 후임 후보자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뽑아야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골라 청문회 과정에서 자질과 도덕성 논란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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