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2기' 초반부터 학생·학부모와 잇단 '불통'

입력 2018-09-23 07:11  

'조희연 2기' 초반부터 학생·학부모와 잇단 '불통'
청원엔 답변 대신 지적부터…특수학교합의·유치원붕괴 때 학부모와 소통안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서울시교육감으로는 처음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 초반부터 학생·학부모와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조 교육감이 성과에 집착해 조급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청원 게시판에 21일 오전까지 161개 청원이 올라왔다.
이 중 100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은 8개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교육감 답변기준(학생청원은 30일 내 1천명 이상, 시민청원은 1만명 이상 동의)을 넘긴 것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학생청원 하나 뿐이다.
많은 이들은 교육청 청원 게시판이 이처럼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이유로 청원을 대하는 조 교육감의 태도를 꼽는다.
그는 1천여명이 동의한 대성고 학생청원에 답변하며 "행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으로 청원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원이 자신이 생각한 취지나 형태가 아니었다고 지적부터 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교육청이 벤치마킹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아달라는 청원이 셀 수 없이 올라온다.
조 교육감은 청원의 핵심인 '일반고 전환 추진과정에서 학생 의견 수렴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학교가 나름대로 이해를 구하고자 노력했으나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만 했다.
이런 답변을 받은 대성고 학생들은 "크게 실망했다"면서 "상식과 학생 인권 관점에서 답해달라"고 다시 청원을 올렸다.
조 교육감은 또 이달 4일 강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해온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주민과 '특수학교 설립 합의'를 했지만 정작 '무릎 호소'로 학교설립을 끌어낸 장애학생 부모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당시 합의는 '김 의원과 주민은 특수학교 설립에 협조하고 교육청은 인근 학교 통폐합으로 부지가 생기면 지역 숙원사업인 국립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으로 협조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뒤늦게 합의 사실을 알게 된 장애학생 부모들은 울분을 토했다. 교육감이 특수학교 설립 대가를 약속함으로써 특수학교가 보상이 필요할 정도의 기피시설처럼 여겨지게 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장애학생 부모와 사전논의가 없었던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실무진이 소통하는 줄 알았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식의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당시 합의는 조 교육감 지시로 추진됐다. 장애학생 부모와 소통이 이뤄지는지 먼저 챙겨야 할 사람도 당연히 교육감이었다.

조 교육감의 '불통'은 인근 공사장 옹벽이 무너져 붕괴 위험에 놓인 서울상도유치원 사태에서도 계속됐다.
당시 조 교육감은 14일 교육청을 항의 방문한 학부모들에게 "제가 (유치원 쪽으로) 만나러 가려 했는데 (학부모들이) 오셨다"고 말했다가 혼쭐이 났다.
애초 조 교육감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유치원을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온 후라 학부모들이 집을 비우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교육감의 유치원 방문시간을 전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김원찬 부교육감은 서울상도유치원 사고와 관련한 중간점검상황 발표 때 "휴업을 결정할 때 학부모에게 사전 통보하거나 학부모들과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행정절차를 설명한 것이지만 자녀를 유치원에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모의 심정은 전혀 헤아리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재선에 성공했다는 자신감과 이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합쳐지면서 조 교육감이 소통에 다소 소홀해진 것 같다"면서 "스스로 소통을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는 교육현장 목소리를 더 귀담아듣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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