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결국 법개정 수순으로

입력 2018-09-22 08:40   수정 2018-09-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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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결국 법개정 수순으로
시행 일주일 앞두고 개정안 발의…여론 악화에 국회서 '결자해지'
어린이 태우고 운전할 때만 헬멧 착용 의무화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법안이 결국 개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헬멧 의무 착용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국회가 나섰다.
2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0명은 지난 21일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조항을 수정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동네에서 잠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등 잠깐 이용하거나 공용자전거를 빌려 탈 때는 인명보호 장구를 매번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런데도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법 개정 추진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헬멧 착용을 '의무'로 두지 않고 '착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단, 어린이를 태우고 운전하는 경우에는 헬멧 등 보호장구를 의무 착용하도록 했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규정은 2016년 10월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자전거 동호회 회원, 자전거 단체들부터 "다수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자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따릉이·타슈 등 공공자전거 확산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지자체들도 난감해졌다.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헬멧을 비치하지 않는다면 '위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공공자전거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였다.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편리함 때문인데 각자 헬멧을 갖고 다녀야 한다면 아예 자전거 이용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헬멧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여의도에 따릉이 헬멧 1천500개를 비치해봤지만 조사 결과 실제 이용자는 단 3%에 그쳤다. 헬멧 미회수율은 25%에 이르렀다.
다수 시민의 여론도 좋지 않다. 서울시는 이달 초부터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따릉이에도 의무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할까요?"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 현재 헬멧 착용 의무화 반대율은 89%, 찬성률은 11%다.
한 시민은 "자전거 생활화가 실현되려면 이동 수단으로서 자전거가 발달해야 하는데, 초보 자전거 이용자에게 헬멧은 패션·가격 등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되는 요인"이라며 "전문적으로 스피드를 즐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생활 자전거 이용자에게까지 헬멧 착용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 헬멧 의무화보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로 정비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시민은 "공용 헬멧의 위생 상태가 가장 걱정된다"며 "누가 쓰는지도 모르는 헬멧을 쓰라고 한다면 차라리 승용차를 끌고 다니겠다"고 했다.



김미정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장은 "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아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 확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자전거 안전 캠페인,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정책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아직까지 헬멧 미착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대로 하면 서울의 따릉이 같은 공용자전거를 탈 때도 헬멧을 써야 한다"며 "이때 헬멧은 누가 준비해야 하느냐? 남이 쓰던 헬멧을 어떻게 쓰란 말이냐? 빌려 간 헬멧이 분실되지는 않겠냐? 등등 논란이 많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탁상행정이라고 (법을 집행하는) 저희 행안부까지 욕을 먹지만 국회가 조만간 법을 좀 손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멧 의무화 조항을 없앤 법안이 통과하면 결국 사회적 논란만 낳은 끝에 국회에서 '결자해지'가 이뤄지게 된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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