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곰은 아마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곰돌이 푸'일 테다.
항상 낙천적이고 느릿느릿 말하고 행동하며 꿀단지를 손에서 놓지 않는 푸는 본래 영국의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쓴 소설 속 캐릭터다.
디즈니의 세 번째 '라이브액션' 작품인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우리가 익히 아는 기존 애니메이션과 두 가지 점이 크게 다르다.
첫째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라는 점이다. '라이브액션'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명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다. 푸와 동물 친구들은 원작 소설 속 설정과 마찬가지로 봉제인형으로 등장한다.
두 번째는 주인공이 푸가 아니라는 점이다. 푸의 '100 에이커 숲' 친구는 피글렛, 이요르, 티거 등 동물 캐릭터 외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는 꼬마 아이가 있다. 바로 '로빈'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원작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내일부터 학교에 간다고 고백하고 '100 에이커 숲'을 떠난 로빈이 어린 딸까지 둔 어른으로 성장한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한다.
어른이 된 로빈은 가방 회사의 효율관리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밀어닥친 불황으로 로빈의 회사는 어려움을 겪고 로빈은 딸과의 주말 약속도 어긴 채 비용 절감 방안을 고민하는 처지다.
한편, '100 에이커 숲'에서 수십 년째 로빈을 기다리던 푸는 너무 오래 로빈이 돌아오지 않자 나무 둥지의 문을 열고 런던에 있는 로빈의 집에 나타난다.
그러나 비용 절감 방안을 고민하는 로빈에게 거의 30년 만에 나타난 푸는 일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결국 로빈은 푸를 데려다주기 위해 '100 에이커 숲'으로 향하고 의도치 않게 어린 시절 동물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은 영국 출신의 베테랑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했고, 로빈의 아내 '에블린'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스티브 로저스의 연인 '페기 카터' 역을 맡은 헤일리 앳웰이 소화했다.
제목만 보면 어린이용으로 착각할 공산이 크지만, 이 영화는 분명 어른을 위한 동화다. 일에 매달리느라 가족과 소원해지고 직장에서마저 궁지에 몰린 로빈의 처지는 남의 모습 같지 않다.
푸와 나무 둥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좋아'라고 말하던 소년에서 행복을 위해선 끝없이 일해야 한다고 믿는 어른이 돼버린 로빈의 모습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라는 푸의 말처럼 바쁜 일상에도 가끔은 쉼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기존의 친숙한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만큼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애초 '라이브액션'이라는 기획 자체가 어른과 아이를 동시에 겨냥한 디즈니의 일석이조 전략이라는 평이다. 10월 3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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