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6명,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상대 후보 지지 광고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가족의 분열인가, 정치적 소신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한 한 공화당 현역의원의 가족들이 상대 후보의 지지 광고에 등장, 미국 사회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폴 고사(공화·애리조나) 하원의원의 가족.
2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폴 고사 의원과 맞붙는 민주당 후보 데이비드 브릴의 지지 광고에 그의 형제자매들이 등장했다.
전날 배포된 영상에는 그의 남녀 형제 9명 중 6명이 등장한다.
'폴 고사는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한 영상에는 고사 의원의 형제자매들이 성을 제외하고 이름과 직업만 언급된 채 고사 의원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다.
내과의사인 그레이스는 "애리조나 주민들이 의료보험을 신경 쓴다면, 폴 고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고, 변호사인 데이비드는 "그는 당신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당신들에게 마음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정체는 성과 마지막에 공개되는데, 고사 의원의 형제자매이다.
또 다른 영상에서 그들은 가족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옳은 일을 위해 움직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고사 의원은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티파티'의 지원으로 2010년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으며, 이민 문제에 있어 강경 노선을 견지해왔다.
그의 형제 고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형제자매들은 폴이 점점 이민, 의료보험, 백인우월주의자 등의 문제에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나는 단지 이번 선거나 다음 선거에서 사람들이 그가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길 바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와이오밍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이비드는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소개했지만 민주당원으로 등록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형제자매 중 3명은 폴 고사 의원의 상대 후보인 민주당 브릴 측 캠프에 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발끈한 폴 고사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에게 반대하는 영상을 찍은 형제자매들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진보적 민주당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만 많은 힐러리 지지자들은 나와 혈연관계에 있지만, 어디든지 있는 좌파들이다. 그들은 가족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우선시한다. 스탈린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이들 가족이 정치적 견해차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가 발생한 이후 고사 의원은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이자 민주당 지지자인 조지 소로스가 조직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그의 형제자매들은 애리조나 지역신문에 이를 반박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영상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고사 의원은 2016년 선거에서 70%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선거결과 예측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는 이번 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이길 확률을 1% 미만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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