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크트갈렌 칸톤, 티치노 칸톤에 이어 얼굴 가리는 복장 착용 금지
친환경식품 장려·식품안전 강화 위한 국민투표 2건은 부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 곳곳에서 부르카 등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에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두 번째 주가 나왔다.
스위스 북동부 장크트갈렌 칸톤(州)은 23일(현지시간) 공공장소 부르카 착용 금지법을 주민투표에 부쳐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이로써 스위스에서는 이탈리아와 접한 남부 티치노 칸톤에 이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주가 2개로 늘었다. 티치노 칸톤은 2년 전 주민투표로 이 법을 도입했다.
장크트갈렌 칸톤 의회는 지난해 우파 정당들이 중심이 돼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으로 공공 안전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종교적 평화를 훼손하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으나 녹색당 등의 반대로 주민투표로 넘겨졌다.
당시 무슬림 여학생이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복장을 하고 학교에 다니는 게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확산했고 의회는 부르카 금지법 제정에 나섰다.
유권자의 36%가 참여한 이날 주민투표에서는 67%가 찬성표를 던져 통과됐다.
스위스도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일부 나라처럼 국가 차원에서 부르카 금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연방정부는 지난 6월 이 문제는 각 칸톤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연방 차원의 금지법 도입은 반대해왔다.
스위스에서는 전체 인구 850만명 가운데 3분의 2는 기독교인으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 인구도 전체의 5%로 점점 늘고 있다. 무슬림 인구의 대부분은 옛 유고 연방에서 유입된 이민자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부르카 착용 금지 주민투표와는 별개로, 이날 지속가능한 식품 생산과 식품 안전 강화를 안건으로 스위스 전역에서 실시된 2건의 국민투표는 모두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 SRF방송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친환경 식품·동물 친화적인 식품 등 공정한 식품 생산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지를 묻는 '공정 식품 촉진안'은 투표자의 약 62%가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P통신은 밝혔다.
농민의 수입 안정성을 정부가 보장하고, 수입 식품이 스위스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를 질문한 '식품 주권 강화안'에는 투표자의 약 70%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 가격 상승 우려와 해당 안건들에 대한 정부의 반대 등이 두 안건의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정부는 '공정 식품 촉진안' 등이 채택될 경우 식품 선택권 제한, 가격 상승, 국제 무역협정 위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알프스 산간 지역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비롯한 기반 시설 개선을 위한 정부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는 투표자 72%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스위스는 공익이 걸린 안건에 대해 매년 수 차례 전국 단위의 국민투표, 지방 주도의 주민투표를 실시해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묻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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