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이어 프랑스 전 대통령도 의혹 제기…양국 정부는 공식 부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내년 총선 승리를 노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프랑스 전투기 계약 개입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한 달 넘게 의혹 제기 공세를 펴는 가운데, 계약 상대인 프랑스의 전 대통령까지 INC의 주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모디 총리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2016년 라팔(Rafale) 전투기 36대 판매 계약 때 프랑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인도 정부가 정한 대로 인도 측 파트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중요한 것은 "인도가 라팔 전투기를 도입하는 과정에 모디 총리가 직접 개입했다"는 라훌 간디 INC 총재의 그간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앞서 프랑스 방산업체 다소(Dassault) 사(社)는 라팔 전투기 126대에 대한 인도 현지 제작 계약과 관련해 인도 국영 힌두스탄 항공(HAL)과 수년간 협상을 진행했다.
그런데 2014년 출범한 모디 정부는 이 협상을 취소하고 36대를 다소에서 직접 도입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87억달러(약 9조7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새 계약에서는 HAL 대신 인도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인 릴라이언스 그룹이 다소 사의 파트너로 선정됐다.
외국 방산업체가 인도에 무기를 팔 경우 규정상 계약 금액의 일정 비율을 인도에 재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무기 도입 파트너사가 된다는 것은 상당한 특혜가 보장된다는 점을 뜻한다.
AFP통신은 다소 사가 릴라이언스 그룹과의 합작 기업에 1억유로(약 1천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릴라이언스 그룹이 전투기 제작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간디 총재는 모디 총리가 라팔 전투기 계약과 관련해 국영 기업을 배제하고 자신과 친한 민영 기업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인도와 프랑스 당국은 다소 사가 자의에 따라 릴라이언스 그룹을 파트너로 정했다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올랑드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인도와 프랑스 당국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라팔 전투기 도입 시기인 2016년을 포함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재임했다.
다만 올랑드 전 대통령은 인도 정부가 릴라이언스 그룹과 다소 사에 압력을 가했느냐는 질문에는 확실하게 답하지 못한 채 "다소 측만이 이에 대해 코멘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23일 ANI통신과 인터뷰에서 다소 사의 파트너 선정에 인도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제틀리 장관은 2016년 계약은 무기 제조가 아니라 완제품 도입 계약이기 때문에 인도 측 파트너사가 방산업체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장 밥티스트 르무안 프랑스 외무차관도 "현직에 재직하지도 않는 이가 논란을 야기시키는 발언을 해 양국의 전략적 관계에 해를 끼치고 있는데 이는 부적절하다"고 올랑드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르무안 차관은 이어 "그 같은 발언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프랑스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의혹이 자꾸 불거진다는 점은 모디 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정부는 그간 부패 척결 등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내년 총선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만약 최근 불거진 주장들이 사실로 판명 날 경우 총선을 코앞에 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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