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은 22일(현지시간) 서남부 후제스탄 주(州) 아흐바즈에서 열린 군사 행진 도중 벌어진 총격 테러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지목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4일 "보고에 따르면 아흐바즈에서 일어난 비겁한 사건은 사우디와 UAE가 돈을 댔다"며 "그들(테러를 저지른 일당)이 시리아와 이라크에 갇혔을 때마다 미국이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란군 대변인 압돌파즐 셰카르치 준장도 24일 "테러분자들은 IS나 반(反)이슬람혁명 조직 소속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아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 인접한 두 나라(사우디, UAE)에서 훈련받고 이란으로 입국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의 라마잔 샤리프 대변인 역시 "이번 테러를 자행한 무장조직 알아흐바지예(아흐바즈 국민저항)는 사우디가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아흐바즈에서 열린 군사 행진 도중 총격 테러가 벌어져 어린이를 포함, 최소 25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쳤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와 이란 내 아랍계 분리주의 반정부 조직인 알아흐바지예가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테러 직전 촬영했다면서 차를 타고 가는 남성 3명을 찍은 동영상을 23일 유포했다. 알아흐바지예는 영국 방송에 나와 "아흐바즈에 사는 아랍계에 대한 이란 정부의 압제에 대한 우리의 저항"이라며 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아흐바즈는 아랍계가 주로 사는 지역이다.
이란은 테러가 이란-이라크 전쟁의 승전을 기념하는 날에 맞춰 발생했다는 점에서 IS보다는 아랍계 민족주의를 표방해 사우디 등 아랍 걸프 국가와 연계됐을 개연성이 큰 알아흐바지예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테러를 저지른 일당은 4명으로, 3명은 현장에서 사살됐고 1명도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사우디는 이란과 이미 적대적인 관계로 잘 알려졌지만, UAE는 그간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 이란과 관계가 원만했으나 최근 급격히 악화하는 분위기다.
UAE 왕세자의 보좌관인 압둘할리크 압둘라는 테러 직후 트위터에 "이번 공격의 표적은 군대였으므로 테러가 아니다. 이란 내부 깊숙이 침투해 전투를 전개하는 것은 공표된 선택으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24일 테헤란 주재 UAE 대사 대리를 불러 이 주장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