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악화하던 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쟁이 결국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24일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 10% 부과를 시작했다. 이는 내년부터 25%로 인상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산 500억 달러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00억 달러에 대해 5~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를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싸움을 벌이면 대중,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걱정이다. 통상분쟁으로 두 나라의 무역, 소득, 소비가 감소하면 두 국가에 수출하는 한국 제품이 줄어들 우려가 작지 않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중간재를 수출한다. 이 중간재들은 두 나라 안에서 소비되기도 하지만 가공을 거쳐 중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재수출되기도 한다. 두 나라 무역이 감소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이보다 더 염려되는 것이 두 나라의 내수 소비 감소다. 무역 분쟁으로 두 나라의 수출이 감소하면 양국 국민의 소득과 소비가 줄 수 있다. 이는 한국산 상품에 대한 두 나라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대중,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 12%에 이른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면 약 0.31%, 미국의 대중 수출이 10% 감소하면 약 0.04% 감소한다고 한다.
미·중 무역 마찰이 언제쯤 봉합될지 미지수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부상과 함께 확대된 미·중 무역 불균형이 원인인데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연간 3천700억 달러에 이른다. 주요 2개국(G2)을 구성하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 성격도 짙다. '신냉전' 도래로 보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빼든 보호무역주의는 세계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국제 경제의 저성장, 세계화와 함께 두드러진 선진국 내 제조업 일자리 감소 때문에 각국이 보호주의 유혹을 받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참에 수출시장을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국으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특정 국가로의 무역 편중은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230억 달러에 이르는 만큼 불똥이 우리에게 튀지 않도록 대비도 해야 한다. 미·중 경제 현안이 우리의 외교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 이달 초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즈음에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무산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미·중 경제 다툼이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이 최고 안보 동맹국 미국과 최대 무역 대상국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는 투자 부진 속에 내수 증가세가 미약하고 고용이 위축돼 있다. 그나마 수출이 경기를 떠받치고 있다. 보호주의 파도를 넘을 수 있는 근본 해법은 산업 경쟁력 확보다. 그런데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우리 주력 산업은 구조조정과 국제경쟁 격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1위인 반도체마저 중국이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기존 주력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산업을 발굴하는 산업 전략 수립과 실천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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