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관련 180도 달라진 트럼프 유엔 연설…北 언급 2분여로 줄어
이란·시리아에는 경고…성과 자화자찬하자 청중석서 웃음터져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은 북한과 관련해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하며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며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1년 만에 글로벌 리더들 앞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칭찬을 이어간 것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의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어지고 있는 북미 간 외교적 협상 국면이 반영된 것으로 우호적 관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로켓이 더이상 사방에서 날아다니지 않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취한 조치와 그의 용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이름을 언급할 때는 의식적으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발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발언에 북한 측의 태도도 확연히 달랐다.
최근 부임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총회장 뒤쪽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진중한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청취했다. 옆에 앉은 다른 실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 발언을 한 지난해에는 당시 자성남 북한 대사가 자리 앉아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 나설 무렵 미리 자리를 박차고 나가 사실상 연설을 보이콧했다. 다만 실무자만 남아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받아적었었다.
트럼프 "김정은의 용기와 조치에 감사"…비핵화까지 제재는 계속 / 연합뉴스 (Yonhapnews)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언급을 하면서 중요 고비 때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에 동력을 제공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도 감사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은 지난해에는 5분 정도 이어졌으나 올해는 약 2분 남짓으로 짧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약 30여 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비판과 경고의 대상을 이란과 시리아 등에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부패한 독재'로 지칭하고, "이란의 지도자들은 혼란과 죽음, 파괴의 씨를 뿌렸다"면서 "이란이 침략적 행위를 계속하는 한 우리는 모든 국가가 이란 정권을 고립시킬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해서도 "아사드 정권에 의해 화학무기가 배치될 경우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물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해서도 국제유가가 높다고 공격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초반 자신이 역대 미 정부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뤘다면서 경제 등에 대해 자화자찬을 늘어놓자 총회장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라면서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오케이(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는 더 큰 웃음과 함께 박수도 나왔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순간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날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각한데 따른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연설순서를 변경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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