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장 "세계는 '신뢰결핍장애'…북미·남북대화는 희망 사례"

입력 2018-09-26 07:39   수정 2018-09-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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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 "세계는 '신뢰결핍장애'…북미·남북대화는 희망 사례"
극단정치·포퓰리즘 지적…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경계
중동내전·로힝야·테러·군비증강·기후변화에 국제연대 호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현시점을 세계 전반의 신뢰가 무너질 위태로운 시대로 묘사하며 국가간 연대와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혼돈으로 점철된 세계를 그리면서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북미, 남북 대화는 희망적인 사례로서 크게 주목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제73회 총회 개막 연설에서 "우리 세상은 '신뢰결핍장애'(Trust Deficit Disorder)라는 나쁜 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뢰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국가 제도에 대하 신뢰, 국가간 신뢰, 규정에 토대를 둔 국제질서에 대한 신뢰가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개별 국가 내에서는 국민이 정치 기득권에 믿음을 잃어가고 극단정치와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국가들 사이에서는 협력이 더 어려워지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분열이 뚜렷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을 중심으로 연대를 재구축하고 붕괴한 신뢰를 보수해 다자주의 정신을 되살려 현재 암울한 시대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익의 수호자로서 다자주의 체계를 개혁하고 되살려 강화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증진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이 중심에 서고 유엔 헌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다른 기구들과 협정들을 활용해 규정에 기반을 둔 질서를 엄격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의 이날 개회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점점 더 탄력을 붙여가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경계로도 풀이되는 면이 있다.
AP통신은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 정책과 구테흐스 총장의 연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미국인들이 다스린다"며 "우리는 글로벌리즘(세계통합주의·globalism)이란 이념을 거부하고 애국주의 선언을 포용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통상, 안보, 환경 등 세계 각국이 복잡하게 얽힌 국제 현안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해답없이 장기화하는 시리아와 예멘의 내전, 로힝야족 인권탄압, 테러리즘의 위협, 군비증강, 화학무기 사용 등을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한 난제로 지목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신뢰부족) 추세를 뒤집고 이런 난제를 해결할 공통의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공포가 아닌 사실, 환상이 아닌 이성을 토대로 전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구촌의 혼란과 혼돈 속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고 밝혔다.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의 평화합의,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의 외교관계 수립, 남수단 정적들의 평화합의를 먼저 예로 들었다.
이어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달 남북정상회담도 지구촌의 희망을 설파하는 사례로 주목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미국과 DPRK(북한의 공식 명칭) 지도자 사이에 이뤄진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최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한 지도자들의 만남과 더불어 지역 안보 맥락에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구테흐스 총장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강조하며 회원국들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우리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으며 초음속 SOS를 전 세계에 보내고 있다"며 "향후 2년 안에 그 경로를 바꾸지 못한다면 기후변화는 고삐가 풀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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