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유엔서 종전선언 화두 제시…정상들에 평화로드맵도

입력 2018-09-27 03:00   수정 2018-09-2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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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유엔서 종전선언 화두 제시…정상들에 평화로드맵도
"北 실망과 분노"→"감동과 희망" 1년만에 극적 변화…구체화된 비핵화 청사진
"동북아 인구, 세계 5분의1"…다자주의 앞세워 국제사회 지지 호소
제재 언급은 수위조절 "결의 준수"…EU 前史 거론하며 철도공동체 비전 제시



(뉴욕=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전쟁 종식이 매우 절실하다"며 종전선언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이자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로서 각국 정상들 앞에서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통한 연내 종전선언 달성이라는 로드맵을 공식화하며 협조를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력한 의지에 더해 국제사회의 지지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무대 연설을 활용해 평화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동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가 겹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 당시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것으로 이날 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절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지난 1년 동안 한반도에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는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고 비판했지만, 올해 연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줬다"며 극적으로 달라진 평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1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미국과 북한이 진행해 온 비핵화 관련 노력을 차례로 열거, 이 같은 반전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했다.
각국 정상들 앞에 마련된 공개 연설에서 '남북정상회담→한미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평화 프로세스의 1차 목표 지점을 종전선언으로 명확히 규정, 국제사회의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이에는 이른 시일 안에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 성사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겠다는 판단이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이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비단 남북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세계인들이 함께 나서야 할 과제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에도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은 동북아 평화와 협력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동북아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떠받치고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에서 유엔의 정신인 다자주의를 실현하고 공영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길에 국제사회가 지지와 협력을 보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 이후 북한의 모습에 대해 '평화와 번영'이라는 키워드로 압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을 다시 소개하면서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공동 번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오늘의 유럽연합(EU)을 만든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살아 있는 선례"라고 지적한 점은 유엔 회원국 정상들에게 평화·번영 구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최대한 공감대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선 "유엔이 채택한 결의들을 지키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애초 문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는 대북제재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엔총회에서 언급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한미정상회담을 거치며 제재 문제는 일단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은 듯한 모양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포용국가'라는 국가 비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성은 국제개발협력의 철학이기도 하다.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국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발협력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겠다"며 국정운영 전반에서 국제사회와 발걸음을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한에 유엔은 국제기구를 넘어선 의미가 있다.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남북한 수석대표들은 '언젠가는 화해와 협력, 평화를 통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며 "27년이 흐른 지금 남과 북은 그날의 다짐을 실현하고 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길에 함께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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