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미 거쳐 2차 북미 정상회담 가시권…촉진자 文, 최우선과제 달성
"빠른 종전선언 공감대" 무르익는 분위기…굳건한 한미동맹 확인도 성과
'현재핵' 포기·상응조치 세부언급 없고 대북제재 유지 등 어려움 역시 지속
(뉴욕=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중대 관문 중 하나로 꼽힌 문재인 대통령의 3박 5일 방미 일정이 26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 방미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등 숨 가쁜 중재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공식화하는 등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최우선 과제'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북한의 '현재핵' 포기와 관련된 조치,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에 관해선 세부 계획이 언급되지 않아, 애초 기대한 최대치 수준의 '디테일' 비핵화 진전은 보지 못한 것 아니냐 하는 비평도 뒤따른다.
◇ 비핵화 진전 '필수조건' 북미대화 재개 가시권…"할 일은 다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미국 방문의 목표로 첫손가락에 꼽았던 것이 바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2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를 하며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충실히 북미 간에 대화를 촉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이 현재의 소강국면을 깨고서 다시 협상에 속도를 내려면 서로의 견해차를 해소하고 신뢰를 두텁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사실상 보증하는 등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힘을 집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 이런 노력은 결실을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머지않아 김 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이전에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멈춰선 듯했던 비핵화 논의 시계침이 다시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역할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가교' 역할인 만큼 두 정상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도록 하는 것만 해도 "할 일은 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향후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북미 양국에 달린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최소한 논의 시작을 위한 필수조건을 채우는 데에서는 문 대통령이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 국제사회 앞에서 "종전선언 공감대"…긴밀한 한미공조 재확인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 행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연내 종전선언이라는 비핵화 로드맵의 '1차 목표지점'을 국제무대에서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물론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서도 연내 종전선언 추진 목표를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종전선언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인 지난 2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남북미 사이에) 빠른 시기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대체로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한층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전쟁 종식이 매우 절실하다"며 종전선언을 국제사회의 화두로 제시했다.
방미기간 내내 비핵화 문제와 통상 문제 등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시종일관 강조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북한의) 놀라운 변화는 모두 한미동맹이라는 강력한 힘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나아가 통일이 되더라도 한미동맹은 존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통일된 후에도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좋은 친구"로 표현하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거명하며 "특별히 감사한다"고 언급하는 등 신뢰와 우정을 강조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과거 냉전 해체기 동, 서독의 데탕트 역사와 통일 여정에서 서독에 가장 기본 중 기본이 되고 큰 힘이 된 것은 미국과의 이른바 '대서양동맹'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도 한미동맹은 근간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풀영상] 문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한반도 평화 여정 함께해달라" / 연합뉴스 (Yonhapnews)
◇ 비핵화 구체적 방법은 여전히 '안갯속'…대북제재 논의도 답보
이런 성과와 별개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현실적 한계도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앞서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한 뒤 대국민보고에서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 앞으로 제가 방미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그때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재핵 포기' 방안 등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후속조치 약속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받은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밝혔지만, 정작 이 메시지의 내용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북한이 이행할 비핵화 조치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측만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회담의 준비 과정과 결과로서 이와 관련된 궁금증 해소가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대북제재 관련 논의가 좀처럼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어려움도 여전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방미 전 기자들을 만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실현돼 남북관계의 장애요소가 되는 제재에 긍정적 영향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한미정상회담 후 청와대는 "양 정상은 대북제재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유엔이 채택한 결의들을 지키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남북관계 발전을 동력 삼아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려는 문 대통령 입장에선 그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체제를 지키는 것으로만 만족할 순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문 대통령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제재 문제는 결국, 북한의 진일보한 비핵화 조치가 나오고 미국의 상응조치가 호응하며 이어지게 될 수 있는 제재 이완 논의와 실제 제재 완화 흐름의 형성 여부가 향후 관심의 또다른 초점이라는 전망이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