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무산 후폭풍…도민 외면한 해외연수에 막말까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11대 제주도의회가 출범 3개월도 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하수관 역류사고로 논란을 빚은 제주신화역사공원을 비롯해 50만㎡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가 도의회에서 부결돼 무산되자 "대의기관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도민 정서를 외면한 채 도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연수를 떠나면서 불붙은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 도민 대의기관 자격 팽개친 제주도의원들
도의회는 지난 21일 제364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를 열어 무소속 허창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부결했다.
이 안건은 지난 7월 4일부터 8월 6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신화역사공원에서 과다하게 배출된 오수가 인근 도로로 역류해 지역주민들이 악취로 불편을 겪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대규모 개발사업장의 적정 상·하수도 용량과 사업승인조건 이행사항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제주 투자자본에 대한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의원들은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 시행 승인과정에서 상수도 수요량 산정방식 적용기준을 사업 특성에 맞지 않게 터무니없이 낮은 기준을 적용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 주요 현안 특별업무보고를 하면서까지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한 상·하수도 관리 체계의 개선을 주문했다.
그러나 행정사무조사는 도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도의원 43명 중 행정사무조사 요구서에 서명한 의원이 22명인 것을 고려하면 과반으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으나, 정작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34명 중 찬성 13명, 반대 8명, 기권 13명으로 결국 부결됐다.
기권, 불출석, 본회의장에 출석했음에도 투표에 불참해 기권·반대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의원들을 향해 대의기관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했다는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사안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한 의혹과 비판을 제기하던 도의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자신의 의사조차 밝히기를 꺼리는 모습에 도민들이 분노했다.
제주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뒤늦게 "10월 도의회 임시회 중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당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하고,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회가 시민의 기대와 믿음을 저버린 것에 크나큰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소신 없이 정부의 들러리 역할에 그칠 거면 무엇하러 도의원이 됐고, 정치인 타이틀은 왜 꿰차고 있느냐"고 성토했다
또 도의회에 들어가 경고장을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아서는 도의회 관계자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 도민 정서 외면한 해외연수·막말 논란
도의회의 헛발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 6명이 지난 25일 '혈세낭비 해외시찰 규탄' 피켓시위를 뒤로하고, 9박 10일 일정으로 스페인 연수를 떠나 구설에 올랐다.
또한 상임위원회별로 도민 정서를 외면한 해외연수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농수축경제위원회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러시아로, 교육위원회 29일∼10월 3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환경도시위원회는 28일∼10월 5일 미국, 보건복지안전위원회 10월 1일∼7일 체코·오스트리아, 행정자치위원회는 30일∼10월 9일 독일·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를 돌아다닐 예정이다.
연수 목적은 과잉관광(오버 투어리즘) 문제 해법 모색, 지방분권 관련 정책의 제도별 장단점 분석과 대안 조사, 러시아 농수산물 생산·유통체계 현황 분석을 통한 제주 1차산업 수출방안 모색, 박물관·역사 유적지 비교 시찰을 통한 제주교육 발전방향 제시, 유럽국가의 보건·사회복지·안전 관련 시설에 대한 비교 시찰 등이다.
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이 해외 출장 보고서를 통해 제주 현안에 대한 어느 정도 수준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도의원 43명의 연수와 출장 등을 위한 예산은 1인당 280만원(총 1억2천40만원)으로, 지난해 1인당 250만원(41명 1억250만원)보다 오히려 30만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의원들의 막말도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당 양영식 의원은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부결 당시 찬성·반대·기권 의원 이름이 정리된 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같은 당 동료 의원을 향해 '이걸 꼬∼옥 올려야 되겠냐. 이 ㅅㅂㄴ아'라는 욕설을 연상케 하는 댓글을 달아 비난을 샀다.
또 지난 7월 임시회에서는 민주당 강성균 의원이 "공무원은 (의원이 묻는 말에) 반박을 하거나 논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갑질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도민 정서를 외면한 해외연수다. 도의원만이 아닌 제주도 관광국장, 제주관광공사 본부장 등 상임위 피감기구와 지역구 동사무소 직원까지 동행하도록 해 연수 목적에 맞지도 않고 예산을 낭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막말 논란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의원 자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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