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득 3만달러 대비", 의회 일각 "적자시설 또 만드나"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인근에 대규모 경마장을 둔 경남 김해시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대비한다며 수백억원의 시 예산을 들여 말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시의회 일각에선 영남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공공승마장이 모두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업 취지에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27일 시의회와 시에 따르면 시는 시비 307억원(87.7%), 국비와 도비 43억원 등 모두 350억원을 들여 6만6천㎡(2만평)에 '가야 왕도 말 테마파크'를 조성키로 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운영은 시가 직영하거나 도시개발공사나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해시는 "지역에서 고대 가야 말 관련 유물이 출토됐고,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 경마장)이 인근에 있는 등 말 테마의 정당성이 있고, 국민소득 3만달러에 대비해 스포츠·레저·휴양시설을 갖춘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시 사업비 확보 계획을 보면 올해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수립비 1억2천만원, 내년 사전재해 및 환경영향평가와 기본실시설계 등 4억8천만원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2020년이 되면 토지보상에 본격 착수해 시비만 200억원을 투입하고 승마시설과 말 구입비, 홍보관 등에 모두 277억원을 투입하기로 시는 구상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정부 보조와 시비 등으로 말 조련·휴양시설을 갖추고 체험·위락시설도 갖춘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시의회 이정화 부의장(한국당)은 최근 행정사무 감사에서 "김해시가 말 테마파크와 관련해 사업 타당성조사 용역 및 기본계획 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전재해 및 환경영향평가 용역, 기본·실시설계비를 2019년 본 예산에 편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업 추진 및 예산 편성을 용역 완료 후 추진하고 의회와 협의하는 등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북 영천시 운주산승마조련센터·상주시 상주국제승마장을 비롯해 경남 함안군 말산업육성공원 등도 2009∼2010년 준공해 운영 중이지만 인건비를 포함하면 적자인 점도 지적했다.
이 부의장은 "흑자를 내기 어려운 사업을 국민소득 3만달러를 대비한다며 시장 지시로 추진하는 것은 소시민과 관련 없는 특수계층을 위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김해시는 그동안 민간승마장으로 김해승마클럽에 임차 운영하는 방안, 김해에 대규모 관광유통단지를 조성 중인 롯데에 건립을 요구하는 방안 등으로 오락가락 행정을 보였다.
사업 성격도 민간 승마장→소규모 공공승마장→말 테마파크 등으로 변했고, 규모 또한 3만㎡→6천㎡→1만㎡→6만6천㎡ 등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김해와 부산 경계지점에 있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이미 다양한 체험·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과연 김해 말 테마파크가 필요하고, 활성화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있다.
렛츠런파크에선 주말과 휴일 가족공원과 연인공원 탐방 프로그램이 있고, 승마체험·강습도 받을 수 있다.
한국마사회에서 운영하고 면적이 124만여㎡인 이곳은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과 경남 김해시 수가동에 절반씩 걸쳐 있다. 2001년 7월 26일 착공, 2004년 12월 31일 준공했다.
이 부의장은 "전임 시장 시절 무리한 투자로 매년 적자를 보는 가야테마파크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렛츠런파크와는 다른 차원의 공원 개념으로 말 테마파크를 만들 예정이다"라며 "아직 내년 예산계획이 확정된 것이 아니며 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고 난 뒤 예산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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