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이 내 선거승리 원치 않아…개입 증거 있지만 지금은 공개안해"
中 "근거 없는 비난·모욕 중단하라" 반박…G2 갈등 확대 우려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개인적 우정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사실무근으로 중국을 모욕하는 언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무역전쟁을 중심으로 한 주요 2개국(G2) 사이의 대치 전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의 우정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더이상 내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가 나를 존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답변은 그동안 대북 압박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근거로 시 주석과의 우정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과시해온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북한에 몰래 경제적 지원을 하고 북미 협상을 방해한다며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중국이 다가오는 우리의 11월 (중간)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나 또는 우리(공화당)가 승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냐면 내가 무역과 관련해 중국에 문제를 제기한 역대 첫 번째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중국의 미 중간선거 개입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증거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드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리의 농부를 공격하고 가짜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들이 우리 선거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 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미 언론에 실리는 정치적인 광고의 배후에 중국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오와 지역지 디모인 레지스터의 지면 사진을 올리고 "중국이 디모인 레지스터와 다른 신문들에 기사처럼 보이게 만든 선전 광고(propaganda ads)를 올리고 있다"며 "우리가 무역에서 그들을 이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지역의 농부와 노동자를 괴롭히고, 미 정치시스템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지역인 아이오와에서 많이 생산되는 대두에 중국이 관세를 부과한 것도 그 사례라고 이 관리는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중국은 미 중간선거 개입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우리는 어떤 나라의 국내 사안에 관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중국을 겨냥한 어떠한 부당한 비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난한 것에 대해 "왕이 국무위원이 이미 중국의 입장을 표명했듯이 중국은 내정 불간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겅솽 대변인은 "과연 전 세계의 어떤 나라가 타국의 내정 간섭에 가장 습관이 돼 있는지는 국제사회가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을 정조준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이유 없는 비난과 모욕을 중단하고 양국 관계와 양국민의 근본 이익을 해치는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길 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정상적인 대미 협력을 놓고 중국 정부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는 것이며 사실무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P 통신은 중국의 개입 의혹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인정을 주저해온 과거 모습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27일 시 주석과 통화하겠다고 밝혀 관계 회복의 여지를 열어뒀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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