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나는 겁에 질려 있다"…인준 변수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을 제기한 피해 여성인 크리스틴 포드가 27일(현지시간) 의회의 증언대에 섰다.
이 외에 캐버노 지명자를 둘러싼 성추문 사건이 5건으로 늘어나는 등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피해 여성이 직접 육성으로 당시 상황을 '증언'함에 따라 인준의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포드는 이날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 당시 상황 등을 묘사하며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청문회는 방송사들의 생중계를 통해 전파를 탔다.
그는 "나는 이 자리에 내가 원해서 온 것이 아니다. 나는 겁에 질려 있다"며 "나는 핵심 내용 외에 모든 걸 다 기억하진 못한다. 하지만 나의 기억에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에 그 일을 결코 잊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포드는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WP)인터뷰를 통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며 이 사건에 대한 공론화에 나선 바 있다.
고교 시절인 1980년대 초반의 어느 여름날,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집에 열린 고교생 모임에서 비틀거릴 정도로 취한 캐버노가 그의 친구와 함께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친구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포드의 폭로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포드는 이날 청문회에서 문제의 파티에서 사건이 벌어진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파티 도중 캐버노와 그의 친구인 마크 저지가 위층으로 올라와 침실로 들어온 뒤 문을 잠그고 음악을 틀고 볼륨을 높였다는 것이다. 곧이어 캐버노는 포드의 몸을 더듬으며 옷을 벗기려 했다고 포드는 주장했다.
포드는 "나는 그가 나를 강간하려고 한다고 생각했으며, 우발적으로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포드는 그러나 방에서 도망쳐 나온 뒤 부모님에게 이야기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포드는 "강간을 당한 건 아니니 빨리 잊고 극복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포드가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내려가는 사이 중간중간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포드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주저한 뒤 나서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나설 경우 내 목소리는 막강한 캐버노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잠식당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신원 공개 후 가족이 협박을 당하다 결국 집을 떠나 다른 곳에 머물게 되는 등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고통은 더 심각했다고 전했다.
포드는 자신의 '폭로'를 놓고 정치적 공세라는 공화당 등의 주장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개 결정이 정치적 동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완전히 독립된 개인이며 그 누구의 노리개도 아니다"라며 "내가 앞에 나서기로 한 동기는 캐버노씨의 행동이 얼마나 내 인생에 피해를 줬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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