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버노 '성폭행 미수' 의혹 청문회서 진실공방…인준 변수 되나(종합)

입력 2018-09-28 11:21   수정 2018-09-28 16:35

캐버노 '성폭행 미수' 의혹 청문회서 진실공방…인준 변수 되나(종합)
포드 "소년들의 웃음소리 잊을 수 없어" vs 캐버노 "결백하다" 사퇴불가 고수
상원 법사위 28일 인준 표결…내주 초 상원 전체 최종 투표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임주영 기자 = "100% 캐버노가 확실하다" vs "신께 맹세한다. 어떤 성적인 부도덕한 행위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의 27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을 둘러싸고 '건곤일척'의 진실공방이 펼쳐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캐버노 지명자와 피해여성이 각각 시간차를 두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캐버노 지명자는 현재 5건의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인준을 앞두고 낙마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 두 사람의 상반된 '진술'로 진실게임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파문이 인준의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이날 청문회는 약 8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피해를 주장한 팰로앨토 대학교수 크리스틴 포드와 의혹을 받는 캐버노 지명자가 따로 나와 각각 약 4시간씩 증언했다.



크리스틴 포드는 이날 청문회에서 30여 년 전인 80년대 초반 겪었다는 '끔찍한 경험'과 그로 인해 평생 겪어온 '심적 후유증'에 대해 육성으로 증언했다.
앞서 포드는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WP)인터뷰를 통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며 이 사건에 대한 공론화에 나선 바 있다.
고교 시절인 1980년대 초반의 어느 여름날,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집에서 열린 고교생 모임에서 비틀거릴 정도로 취한 캐버노가 그의 친구와 함께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친구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포드의 폭로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포드가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내려가는 사이 중간중간 목소리가 잠겼다. 그녀는 대체로 차분하게 낮은 톤으로 답변을 이어갔으나 간간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포드는 캐버노 지명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헷갈렸을 가능성에 대해 "(가해자가 캐버노라는 걸) 100% 확신한다"며 당시 상황과 관련해 가장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기억은 캐버노와 저지가 서로 낄낄거리던 '웃음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캐버노의 성폭력이 인생을 철저하게 바꿔놨다"며 불안과 포비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포드는 청문회를 시작하면서 긴장한 듯 "카페인이 필요하다"고 커피를 찾기도 했다.
그는 실제 강간을 당한 건 아니니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지내자고 수없이 자기암시를 하며 살아왔지만 캐버노의 대법관 지명이 거의 확실해지는 순간부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지를 놓고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포드는 자신의 '폭로'를 놓고 정치적 공세라는 공화당 등의 주장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개 결정이 정치적 동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시민적 의무라고 믿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회 후 재개된 청문회에는 포드는 퇴장한 가운데 캐버노 지명자가 증인으로 등장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나는 그녀(포드)에게도 다른 어떤 누구에게도 그와 같은 일을 한 적이 없다. 나는 결백하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자신에 대한 '무고'가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명성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그리고 짓밟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가끔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시기도 하지만,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신 적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청문회 내내 격앙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으며, 중간중간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듯 울먹였다. 미국 언론들은 "화난 캐버노, 혐의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나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국가적 수치'가 됐다"며 조언과 추인의 장이어야 할 청문회가 신상털이와 죽이기의 장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준 투표로 날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파문이 자칫 11월 중간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을 자극,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공화당 인사들도 대체로 말을 아끼며 신중모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캐버노의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서 작심한듯 격앙된 목소리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질타를 퍼부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레이엄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동안 정치에서 봐온 것 가운데 가장 비열한 짓"이라며 "당신들은 캐버노의 인생을 파괴했으며, 차기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대법관 자리를 공석으로 계속 비워두기 위해 비도덕적인 책략을 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또 또 캐버노 지명자를 향해서는 "당신은 사과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건 내가 정치에 몸담은 이래 가장 비윤리적인 속임수"라며 "공정한 인준 절차를 기대했는가? 친구여, 그렇다면 잘못 찾아왔다. 이건 직무 인터뷰가 아니다. 지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성토에 고무된 듯 청문회가 끝난 뒤 곧바로 이어진 공화당 비공개 회의에서는 그레이엄 의원을 격려하는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백악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도 트위터에 "그레이엄 의원은 모든 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품위있고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의 증언은 강력했고 정직했으며 관심을 사로잡았다"고 옹호하는 트윗을 올렸다.
이번 주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평소 애청하는 폭스뉴스 채널을 통해 청문회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박탈' 모의 의혹이 제기된 뒤 사의를 표명했던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거취 문제와 관련,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이날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청문회에 집중하기 위해 면담 일정을 내주로 연기했다.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이날 청문회가 시작되자 생중계되는 증언을 시청하느라 미 전역이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준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문회가 끝난 뒤 공화당 상원 의원 대다수가 캐버노 의원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인준 절차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탈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언론에서는 상원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자 역할을 해온 제프 플레이크 의원, 중도성향의 수전 콜린스 의원 등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플레이크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뒤 캐버노 지명자를 지지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힘든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탈 가능성을 의식한 듯 공화당 동료 의원들을 향해서 "만약 반대표를 던진다면, 내 정치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비열한 일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인준 절차를 미루고 캐버노 지명자의 성추문 의혹들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은 캐버노 지명자를 향해 "만약 당신이 결백하다고 확신단다면 왜 FBI에 수사를 요청하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청문회가 종료됨에 따라 법사위는 표결한 후 인준 동의나 거부 등의 권고 의견을 달아 상원 본회의로 넘기거나 심의 지연, 본회의 회부 연기 등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법사위 소속 의원은 총 21명이며 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이다.
상원 법사위는 28일 오전(9시 30분 예정) 전체회의를 열어 인준 표결을 실시한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존 코닌(텍사스) 의원에 따르면 법사위는 이어 29일과 다음 달 1일 절차 진행 투표를 한 뒤 최종 확정 투표를 내달 2일 실시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상원 본회의에서 찬반 표결로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상원은 공화당 51명, 민주 49명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만약 민주당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공화당에서 2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인준이 무산된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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