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서민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야심 차게 준비 중인 광역알뜰교통카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역알뜰교통카드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후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이동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카드다.
그러나 4개월의 시범 운영에 참가한 시민 245명의 마일리지 적립 참여도가 떨어져 총 마일리지는 29만원 수준으로, 1인당 평균 적립 금액이 1천원을 겨우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입수한 '광역알뜰교통카드 세종시 시범사업 모니터링 현황' 자료를 30일 공개했다.
국토부는 4월 2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세종시에서 광역알뜰교통카드 시범사업을 벌였다.
원래 국토부가 목표한 참여자는 300명이지만 시범운영에는 245명이 참가했다.
이 카드는 기본적으로 정기권 카드가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되고 여기에 보행·자전거로 쌓은 마일리지를 통해 다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245명 중 153명은 5만600원짜리 카드(실구매액 4만5천500원)를 발급받았고 65명은 6만8천200원(구매액 6만1천원), 27명은 5만9천400원(구매액 5만3천원)짜리 카드를 구입했다.
이용자는 이 교통카드와 '보행·자전거 마일리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탄 데 대한 마일리지를 적립한다.
그런데 4월 27일부터 8월 20일까지 앱 이용 실적은 3천448건에 그쳤다. 245명이 4개월간 평균적으로 14번, 한 달에 서너번만 앱을 작동시켜 마일리지를 적립한 것이다.
시범운영 참가자들이 보행이나 자전거 이용 마일리지를 적립한 금액은 29만434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절반 수준인 139명만 마일리지를 적립했고 나머지 106명은 유효 마일리지가 아예 없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승하차 시 QR코드를 인식해야 마일리지가 적립되는데 코드 인식이 잘 안 됐거나 종료 버튼을 사용하지 않거나 하면 실적이 쌓이지 않으며, 시범사업 기간 세종교통공사 노조 파업으로 버스가 비정상적으로 운영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후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 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는 구상 자체에 대해 매우 복잡한 적립 과정을 거치면서 얻을 수 있는 금액은 미미해 유인이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시범사업에서 1회당 마일리지 평균 적립액은 115원이고 최대 적립액은 230원이다.
현재 버스를 이용할 경우 마일리지 적립은 ①앱을 구동시켜서 ②'출발' 버튼을 누르고 버스 승차장까지 이동해서는 ③승차장 QR인증을 해야 한다. 이후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서 하차하면 다시 ④하차 QR인증을 하고 최종 목적지에서 ⑤'도착' 버튼을 누르고는 ⑥앱을 종료해야 한다.
결국 광역알뜰교통카드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장려한다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단순히 10% 할인된 교통카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마일리지 적립 앱의 실행·종료, 승하차 정류장 QR 인증 등의 절차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카드 휴대로 인한 불편을 줄이고자 모바일 카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내년에 5억원을 투입해 세종시에서 광역알뜰교통카드 본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민경욱 의원은 "매우 낮은 마일리지 적립으로 대중교통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용자 편의 증진 차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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