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상 생긴 소음성 난청, 자연 노화로 악화"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10년 넘게 해양경비함정의 소음 속에서 근무한 뒤 뒤늦게 난청이 생긴 공무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김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1979년 9월 해양경찰청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1991년까지 11년간 해양경비함정에서 근무했다. 월평균 10일가량 출동 근무를 하고 20일 정도는 함정 정비나 훈련 등 정박 근무를 했다. 출동 시에는 24시간을 꼬박 근무했다.
경비함정 내 소음은 소형함정의 경우 70.2dB∼120.5dB, 중형함정은 65.4dB∼118.0dB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소음은 평균 75dB 이하다.
김씨는 함정을 떠난 뒤 구난 계장, 경비구난과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 퇴직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6년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병원을 찾았다가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당시 김씨 나이 만 66세였다.
김씨는 함정 내의 심각한 소음 탓에 난청이 생겼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다. 공단은 업무와 난청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업무 탓보다 노인성 난청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원도 김씨가 경비정 근무 후 25년이 지나서야 난청 진단을 받은 만큼 자연적인 노화가 청력 손실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다만 김씨가 경비정에서 근무할 때 1일 소음 노출 허용 시간(90dB 환경에서 8시간, 100dB 환경에서 2시간)을 넘겨 지속해서 소음에 노출된 것이 소음성 난청 발병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업무상 발생한 소음성 난청에 자연 노화까지 겹쳐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본 것이다.
김 판사는 "소음성 난청은 초기엔 일상 회화 영역에서 거의 필요 없는 고주파수대에서 청력감소가 이뤄져 이를 자각할 수 없다가 점점 저주파수대로 진행되면서 뒤늦게 발견될 수 있다"며 "원고가 상당 기간이 지나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공무와의 인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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