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대, 2010년 입원환자 58명 혈청 분석결과…"정부 보고보다 2년 앞서"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2010년에 제주도에서 처음 발생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상과 달라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갔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국내 SFTS 환자가 2012년 강원도 춘천에서 처음 확인됐다는 방역 당국의 공식 보고보다 2년이나 앞선 것이다.
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신종감염질환'(Emerging Infectious Diseases) 11월호 인터넷판에 따르면 제주의대 미생물학교실 이근화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혈청 유전자 분석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을 보면 이 교수팀은 2010년 제주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적혈구침강속도(ESR) 저하 증상이 있었던 58명의 혈청에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했다. ESR 수치는 혈액을 가느다란 관에 넣어 수직으로 세워 놓았을 때 적혈구가 한 시간 동안 침강하는 속도를 의미하는데, 몸에 급성기 면역반응 등의 염증 증상이 생길 때 상승한다. 대략 20㎜/h 정도를 정상으로 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SFTS가 처음 보고됐던 2009년과 비슷한 시기인 2010년에 이미 우리나라에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2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한 명의 추정 환자는 만성콩팥병으로 투병하던 77세 남성으로 갑작스러운 정형외과 질환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경우였다. 당시 이 환자는 SFTS 감염 증상으로 볼 수 있는 고열이나 혈소판 감소, 소화기계 증상 등은 없었지만 혈청 검사에서 ESR 수치가 112㎜/h로 크게 높아진 상태였다.
또 한 명의 추정 환자는 76세 할머니로 당시 심한 관절 통증으로 인공 관절 치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경우였다. 이 할머니도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감기 증상이나 고열 등의 증상 없이 ESR 수치만 74㎜/h까지 상승해 있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 58명의 혈청에 대한 SFTS 바이러스 유전자검사(RT-PCR)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들 2명이 SFTS에 걸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근화 교수는 이번 연구가 SFTS 바이러스 감염 시 나타나는 주증상 외에 관절염 등의 특이적인 증상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병원 입원 당시 두 환자 모두 주증상 없이 관절염만 있었는데, 이게 SFTS 감염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SFTS 바이러스 감염 후 인체 병리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면서 "치사율이 높은 SFTS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감염 후 비정형 증상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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