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미협상 교착 타개 속 유엔사와 원만 협의 기대
평양선언 포함된 남북 경협 사안 중 한미 공조 첫 시험대
(서을=연합뉴스) 조준형 백나리 기자 = 지난 8월 유엔군사령부에 막혀 무산됐던 남북의 북측 구간 철도 현지공동조사가 내달 중 성사될지 주목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동해선·서해선 철도) 현지공동조사와 관련해서 유엔사와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양공동선언에 적시된 대로 올해 안에 동해선과 서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하려면 10월 중 현지공동조사가 시작돼야 한다는 '역산'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유엔사가 이번엔 전향적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진 한미정상회담으로 교착상태였던 북미협상이 완연히 재개 흐름으로 돌아선 만큼 유엔사가 북측 철도 조사를 위한 남측 인원과 열차의 군사분계선(MDL) 통행에 더는 제동을 걸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철도 공동조사와 같은 세부 사안까지 논의되지 않았더라도 한미 간 남북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졌을 가능성도 크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에서 (대북정책의) 큰 줄기와 가닥이 잡혔기 때문에 실무협상은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철도 현지공동조사가 대북제재에 위반되거나 하는 문제가 아닌 만큼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도 공동조사와 관련해 유엔사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느냐는 결국 한미 대북 공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번 조사가 유엔사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은 결국 남북관계 진전 속도, 대북 제재 이행 등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기류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형식상 우리 정부와 유엔사 간 협의이지만 본질에서는 한미 간 협의라는 게 외교가의 인식이다.
특히 유엔사가 철도 관련 공동조사에 제동을 건 사유 중에는 열차 연료로 쓰기 위해 경유를 싣고 방북하는 문제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에 어떤 형식으로 그 문제를 정리할지 주목된다.
휘발유·경유·등유를 아우르는 정유제품의 대북 공급량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또 미국 국내법인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법'에 의하면 대북 정유제품 이전은 전면 금지돼 있다.
결국 대북 경유 반출 문제가 원만하게 정리됨으로써 공동조사가 예정대로 실시되느냐는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대북 경협 사업을 둘러싼 한미 조율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기에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 협력사업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준수하는 가운데 추진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당초 8월 22일 남측 기관차가 6량의 객차를 끌고 방북해 북측 기관차로 바꾼 뒤 개성을 거쳐 신의주까지 운행하고 27일 귀환할 계획이었지만 유엔사가 MDL 통행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
유엔사와의 MDL 통행 협의가 문제 없이 완료되면 남북은 8월에 계획했던 방식대로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해선 철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공동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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