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경찰 삼엄한 경계…에르도안 반대시위 열려
공동회견서 메르켈, 인권문제 제기…에르도안, 반체제인사 송환요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해온 정상들의 일반적인 방문과는 사뭇 달랐다.
독일 수도 베를린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문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경찰 5천여 명이 베를린 시내 곳곳에 배치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테겔공항에 도착한 뒤 숙소로 이동하기까지 상당한 구간에서 교통 통제가 이뤄지며 극심한 교통체증을 유발했다.
터키 출신 이민자들은 거리에서 터키 국기를 흔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환영했다.
그러나 1만여 명의 시위대가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반대 시위를 벌이며 환영인파를 압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을 하는 등 공식일정을 시작한 28일에도 경찰은 시내 곳곳에서 삼엄한 경계 태세를 보였다.
2016년 터키의 실패한 쿠데타 이후 독일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터키 내 인권탄압 등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터키도 독일로 망명한 쿠데타 연관 세력의 송환을 요구하며 양국 간의 갈등은 고조돼왔다.
메르켈 총리와 에르도안 대통령 간의 회담 결과에서도 양측은 갈등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견에 차이가 있을 때 문제를 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터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터키 경제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면서도 터키의 인권문제에 대해 "(회담에서) 이 문제들이 가능한 한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체제 언론인으로 독일에서 망명 중인 칸 둔다르가 터키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 각을 세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둔다르를 스파이이라고 규정하면서 "터키 법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라고 강조했다.
둔다르는 터키 정보기관이 시리아로 무기를 운반하는 영상을 보도한 뒤 터키 당국으로부터 수배를 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에 거주하는 쿠르드족 수천 명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한 반면, 메르켈 총리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자회견장에는 한 남성이 '언론인의 자유'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잠시 기자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함부르크에서 뉴스포털을 운영하는 터키 출신 언론인으로 밝혀졌다.
야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쳄 외츠데미어 녹색당 전 대표는 이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독일과의 관계를 진심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졌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극우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독일의 터키계에 대해 터키로 떠나는 게 낫다며 독일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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