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연설…"보호무역 모두에 해 끼쳐…협박당하지 않을 것"
미국 일방주의 겨냥…"다자주의 수호" 강조
(유엔본부·베이징=연합뉴스) 이귀원 김진방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8일(현지시간) "진정으로 북한과 타협하기 위해 미국이 시의적절하고 긍정적인 반응(대응)을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과 관련해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길 장려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메커니즘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 두 바퀴(비핵화와 평화메커니즘)가 함께 굴러갈 때만 한반도 이슈는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등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우회적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국무위원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주재한 유엔 안보리 장관급회의에서도 "안보리가 적절한 시기에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미국과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제2차 정상회담을 모색 중이지만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 조치와 종전선언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면서 협상에서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왕 국무위원은 "올해부터 한반도 정세는 관련 당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중요한 방향전환을 해왔다"면서 "중국은 북미 간에 대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남북 간의 관계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도 "보호무역주의는 자신(해당국)을 해칠 뿐 아니라, 일방적인 움직임은 모두에게 해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중국은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며,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국가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과 전면적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왕 국무위원은 "국제무역은 본질적으로 (상호) 보완적이며 '윈-윈'(win-win) 하는 것"이라면서 "한쪽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의 희생으로 이득을 얻는 '제로섬' 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 마찰과 관련, 중국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규칙과 컨센서스(합의)에 기초한 적절한 해결을 표방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우리 자신의 합법적 권리와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해왔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회복과 모든 국가의 공동 이해를 위해 자유무역 시스템과 국제 규칙을 지지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는 의도적인 약속의 파기가 아닌 신뢰에 기초해야 하고, 국제적인 협력은 충동이 아니라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 국무위원은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이란 핵 합의 지속적인 이행이 매우 중요한 때"라면서 "합의 이행이 실패하면 국제 비확산 체제가 훼손되고 유엔 안보리의 권위와 역할,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외교부 홈페이지에 왕 국무위원의 유엔총회 연설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연설문에서 왕 국무위원은 무역전쟁 상대국인 미국의 일방주의를 겨냥해 다자주의 수호 의지를 강력히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은 신시대 다자주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협력과 공영의 목표 견지 ▲규칙과 질서 준수 ▲ 공평·공정 대우 ▲유엔과 WTO 중심의 국제체제 수호 등 4가지 원칙을 반드시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협력과 협상으로 대립과 협박을 대체하고, 작은 울타리가 아닌 큰 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며 "세계는 승자독식이 아니라 함께 상의하고, 고민해야만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국제사회가 유엔이 국제사무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합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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