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여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71)이 자신을 동성애 혐의로 고발했던 전 보좌관과 보궐선거에서 대결하게 됐다.
29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흐드 사이풀 북하리 아즐란(33)은 내달 13일로 예정된 느그리슴빌란 주 포트 딕슨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한때 안와르의 보좌관이었던 아즐란은 2008년 8월 쿠알라룸푸르의 한 콘도에서 안와르가 자신에게 동성애를 강요했다고 고발했던 인물이다.
현지에선 안와르를 중심으로 결집한 야권이 같은해 초 치러진 총선에서 약진하자 위기감을 느낀 당시 정부·여당이 사건을 조작해 누명을 씌웠던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안와르는 2012년 이와 관련한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고, 2015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로 인해 안와르는 최근까지 수감생활을 하다가 올해 5월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 국왕의 사면으로 석방됐다.
아즐란은 "어떤 정당의 뒷받침도 받지 않고 순수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면서 후보 등록 절차가 완료되면 더 많은 사항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 딕슨은 안와르의 소속 정당인 말레이시아 인민정의당(PKR)의 텃밭으로 분류되며, 이번 보궐선거는 PKR 소속 초선의원이 안와르의 원내복귀를 위해 자진사퇴 형식으로 지역구를 양보해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아즐란이 출마함으로써 이번 선거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하티르 모하맛(93) 현 총리는 2년 이내에 하야해 안와르에게 총리직을 넘길 예정이다.
안와르는 원내에 복귀하더라도 정부 요직을 맡지 않고 의회 개혁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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