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m 쓰나미 덮쳐 시내 초토화…곳곳에 시신 널려
팔루에 있던 한국인 한 명 연락두절…현지매체 "소재 불명"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발생한 강진과 쓰나미로 최소 38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전날 오후 중앙술라웨시 주 팔루와 동갈라 지역을 덮친 규모 7.5의 지진과 뒤이은 쓰나미로 최소 384명이 숨지고 540명이 중상을 입었다.
실종자 수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재난당국은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고지대로 신속히 대피하지 않아 쓰나미에 휩쓸린 사람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전날 낮부터 팔루 인근 해변에서 수백명이 축제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쓰나미) 위협이 발생했는데도 사람들이 해변에서 계속 활동하며 즉각 대피하지 않아 희생자가 됐다"고 말했다.
술라웨시 섬 주변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대체로 1.5∼2.0m 크기였지만, 팔루 탈리세 해변을 덮친 쓰나미의 경우 높이가 5∼7m에 달했다.
이는 너비 5㎞, 길이 18㎞의 협만 가장 안쪽에 위치한 팔루 시의 입지조건 때문에 쓰나미 충격이 증폭된 결과로 분석된다.
수토포 대변인은 "쓰나미는 자동차와 통나무, 주택의 잔해 등을 휩쓸고 함께 이동해 지상의 모든 것을 치고 지나갔다"면서 일부 주민은 6m 높이의 나무에 기어올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덧붙였다.
현지 방송은 지진으로 무너진 팔루 시내 이슬람 사원과 주변 거리가 쓰나미로 밀려온 바닷물에 잠기는 모습과 얼굴이 천으로 덮인 시신이 거리에 줄지어 놓여있는 모습 등을 보여주고 있다.
BNPB는 팔루 해변의 랜드마크였던 대형 철골조 다리는 완전히 무너졌고, 다른 지역과 이어지는 고속도로도 파괴된 상태라면서 시내 24개소에 1만6천700명의 이재민이 대피해 있다고 전했다.
팔루의 대부분 지역은 아직도 정전과 통신장애를 겪고 있다.
진앙인 동갈라 리젠시(군·郡) 일대의 피해 상황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토포 대변인은 30만명이 사는 동갈라 지역의 경우 "통신이 완전히 두절돼 정보가 전혀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현지에선 앞으로 사상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수천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관제탑과 활주로가 파손됐던 팔루 무티아라 SIS 알-주프리 공항은 이날 오후부터 구호물자를 나르는 항공기에 한해 운영을 재개했다.
하지만 내달 4일까지는 민항기 이착륙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BNPB는 전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관련 부처에 즉각적인 대응을 지시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인도네시아 당국과 접촉 중이라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팔루에는 지진 발생 당시 한국인 한 명이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민사회 등에 따르면 패러글라이딩 대회 참가를 위해 24일부터 팔루에 머물던 재인도네시아 패러글라이딩협회 관계자 A씨가 전날 저녁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현지 언론은 패러글라이딩 대회 주최측을 인용해 참가자 34명 중 A씨를 포함한 10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관계당국 협력을 받아 A씨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 분화가 빈발한다.
2004년에는 규모 9.1의 강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로 인도네시아에서만 12만 명이 숨지는 등 인도양 일대에서 약 23만 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달에는 유명 휴양지인 롬복 섬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557명이 숨지고 4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