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 여성 2명, '캐스팅보트' 의원 붙잡고 항의반 호소반
공화 플레이크 의원, 이후 "FBI 조사·본회의 표결 연기' 제안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나를 보라", "미국 여성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을 둘러싸고 미국 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의혹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 및 본회의 표결 연기 제안에 앞서 일어난 한 '사건'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反)트럼프 성향 때문에 상원 법사위 인준 과정에 캐스팅보트로 여겨졌지만 28일(현지시간) 결국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의원이 이 제안을 하기 전 여성 2명으로부터 강한 항의와 호소를 들었는데, 이것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항의를 받은 장소가 의사당 내 엘리베이터 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유보적 입장이던 플레이크 의원은 이날 오전 사법제도의 무죄 추정 원칙을 들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직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법사위 청문회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성 두 명이 엘리베이터 안까지 따라와 캐버노 지명자에 대한 지지를 재고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한 것이다.
비영리단체 '대중민주주의센터'의 지도부인 한 여성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게 하려는 듯 문턱 위에 서서 플레이크 상원의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은 "월요일(24일)에 당신 사무실 앞에서 내가 당한 성범죄를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한 것은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에서 피해자인) 크리스틴 포드 교수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한 여성을 성폭행한 누군가를 대법관 자리에 앉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세의 다른 여성도 "성폭행을 당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면서 "당신은 지금 모든 여성에게 여성은 중요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도 무시할 것이기 때문에 여성은 잠자코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 여성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게 바로 내게 일어난 일이며, 그게 바로 당신이 모든 미국 여성에게 '당신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플레이크 상원의원에게 "내게서 눈길을 돌리지 말라"고도 했다.
이 여성은 뉴욕의 활동가 단체에서 자원봉사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여성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항의와 호소를 들은 플레이크 의원은 엘리베이터 구석에 몰린 듯한 상태에서 여성들을 보다가 땅을 쳐다보는 등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포드 박사의 청문회 진술을 믿는지에 대한 질문 등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사건 이후 플레이크 의원은 법사위 동료 의원들과 비공개 논의를 거쳐 결국 오후 회의에서 FBI 조사 및 본회의 표결 일주일 연기방안을 제안했다.
FBI 조사 방침에 부정적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후 '캐버노 성폭행 미수' 의혹에 대한 FBI 조사를 지시했다.
이 제안 이후 플레이크 의원은 '엘리베이터 공세'로 인해 애초 자신의 결심이 흔들렸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이것 때문에 오늘 내가 본회의 표결을 연기하자고 말한 것으로 콕 집어 말할 순 없다"고 비껴갔다.
다만 "많은 사람이 포드 박사를 본 뒤 대담하게 나와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말하는 것은 놀라웠다. 친한 친구들로부터도 들었다. 그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엘리베이터 문턱 위에서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던 여성은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엘리베이터 대화'가 플레이크 의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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