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日 군함이 제주 국제관함식에 욱일기 달고 와서야

입력 2018-09-30 16:47  

[연합시론] 日 군함이 제주 국제관함식에 욱일기 달고 와서야

(서울=연합뉴스) 다음 달 10~14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할 일본 해상 자위대 군함의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욱일기) 게양 문제를 놓고 양국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45개국 대표단과 국내외 해군 함정 50여 척이 참여하며, 일본은 해상 자위대 구축함 1척을 보낸다고 한다. 앞서 우리 해군은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에 참여하는 15개국 함정에 자국 국기와 주최국 국기인 태극기를 달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를 놓고 일본 측은 해상 자위대의 공식 깃발인 욱일기를 군함에 달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자위함기 게양은 국내 법령상 의무이고, 유엔해양법조약에서도 군대 소속 선박의 국적을 표시하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면서 제주 관함식에 갈 경우도 당연히 달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자위대의 한 간부도 산케이신문에 "국적을 표시하는 자위함기는 국가 주권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욱일기를 내리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데다 예의가 없는 행위다.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 자위대는 1954년 발족 때부터 욱일기를 자위대 함정의 깃발로 사용해왔다고 한다.

욱일기는 그러나 군국주의 당시 옛 일본군이 군기로 사용하던 깃발로, 주변국에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상징하는 전범기로 인식된다. 영토를 강제 침탈당하고 수많은 국민이 군인·노무자·위안부 등으로 끌려가는 고통을 당한 피해국 국민이 지금도 욱일기만 보면 놀라며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나치 정권의 상징이던 '하켄 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나 이를 연상케 하는 문양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반면 침략전쟁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은 욱일기를 폐기하기는커녕 육상·해상 자위대 군기나 스포츠 응원 및 시위 도구로 활용해 이웃 나라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관함식은 국가원수가 군함을 한곳에 집결시켜 전투태세와 군기를 점검하는 해상 사열식이다. 우리나라가 국제관함식 행사를 연 것은 1998년, 200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국제관함식에서 욱일기를 달고 참여한 일본은 이번에도 욱일기 게양을 고집하며, 이를 관철하지 못할 경우 차라리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의 많은 국민과 시민단체는 일본의 입장을 규탄하며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의 제주 관함식 참석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 국민의 거부감과 주최국 해군의 요청을 두루 고려해 제주 국제관함식에 보낼 자국 군함에 욱일기 대신 국기인 일장기를 거는 것이 옳다. 이번 관함식은 한국이 세계 해군을 초청해 개최하는 평화 축제 행사란 점도 새겨보기 바란다. 우리 해군은 마지막까지 일본 설득에 힘써 양국 간에 큰 마찰 없이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하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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