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유엔 연설에서 18번 '신뢰' 강조한 北외무

입력 2018-09-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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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유엔 연설에서 18번 '신뢰' 강조한 北외무

(서울=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신뢰'를 강조하는 표현을 무려 18번 했다. 지금 북한 비핵화 협상은 비핵화 실행조치와 종전 선언의 선후를 둘러싼 이견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의 상호 불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실행했다가 미국으로부터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협상 카드를 상실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행할 것인지 믿지 못하고 있다.

70년 적대관계였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이 처음으로 마주했던,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회담 후 벌써 3개월 이상 지났지만, 북미 회담은 교착상태다. 다행히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했고, 협상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북한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 북핵 개발의 심장부인 영변 핵시설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미국 쪽으로 넘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만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과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주목한다. 북한 비핵화가 가능해지려면 양측이 두 협상에서 교착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렵게 조성된 협상 동력이 사라질 뿐 아니라 공식화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도 어두워진다. 어느 때보다 북미 사이에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유엔을 무대로 한 리 외무상의 외교는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해와 딴판으로 활발했다. 리 외무상은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비핵화 이행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 부분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몇 가지 의미 있는 조처를 한 만큼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화답할 필요가 있다. 협상은 상대가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의 입장과 요구만 관철하려 해선 성립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상응 조치로 종전 선언, 제재완화 외에도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연락사무소 설치를 거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유엔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해 어떤 '화답'을 할지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CBS 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때 종전 선언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북미가 신뢰구축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길 바란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보상 조치를 '빅딜'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는 만큼 결실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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