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아베 日오키나와 지사 당선자 다마키…미군父·방송인 이력

입력 2018-10-01 16:16  

反아베 日오키나와 지사 당선자 다마키…미군父·방송인 이력
아버지 귀국 후 오키나와 출신 홀어머니 손에 자라…방송진행자로 인기
"헤노코 새 기지 인정 안해" 당선 소감…日정부, '기지이전 강행' 재차 강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지난달 30일 열린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지사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다마키 데니(玉城 デニ-·59) 당선자는 미군 아버지를 둔 혼혈로 라디오 진행자 등으로 방송계에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선거 승리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그는 곧바로 헤노코(邊野古) 기지 이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가뜩이나 레임덕을 우려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아베 정권을 괴롭히고 있다.
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다마키 당선자는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던 미군 아버지와 오키나와 출신 어머니를 둔 혼혈이다.
아버지가 미국으로 귀국한 뒤 홀어머니 손에 의해 성장했다.


인테리어나 음향 관계 회사 등에서 회사원으로 일한 그는 탤런트, 방송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며 인기를 모은 뒤 43살이던 2002년 오키나와시 시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2009년 민주당 후보로 중의원 선거에 나서 처음 당선된 뒤 일본 미래당, 생활의당, 자유당 등을 거치며 작년에 4번째로 중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지난 8월 '오키나와 저항'의 상징인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전 오키나와현 지사가 지병으로 숨지자 고인의 유지를 잇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야당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일본공산당, 사민당, 무소속의 모임에게서 지지를 얻은 그는 선거운동 기간 "헤노코에 새로운 기지를 만들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오키나와 현민들의 반(反) 미군·반 아베 정서를 자극했다.



여당 자민당은 사키마 아쓰시(佐喜眞淳) 전 기노완(宜野彎) 시장을 내세운 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 등 거물들을 오키나와에 내려보내며 전폭적인 지원 활동을 벌였지만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
다마키 당선자가 얻은 표수인 39만6천632표는 역대 최다로, 일본 정계에서는 이번 선거 패배로 아베 정권의 레임덕이 벌써 시작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정권은 지난달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선전으로 타격을 받은데 이어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참패로 구심력 약화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내년으로 예정된 통일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 자칫 삐꺽할 경우 정권을 내놔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투개표 다음날인 1일 다마키 당선자는 "현민들의 생각은 헤노코에 새로운 기지를 만들지 않게 하겠다는 오나가 전 지사의 유지를 이어나가자는 것"이라며 기지 이전을 강행하려는 아베 정권에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오키나와에 일본 전체 미군 기지의 70%가 집중된 것은 이상하다. 헤노코의 새 기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하루라도 빨리 후텐마(普天間)비행장을 폐쇄하도록 미국에 요구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비행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후텐마 비행장을 이전하기로 하면서 이전지를 오키나와현 내의 다른 지역인 나고시의 헤노코로 정했다.
하지만 오키나와에서는 비행장을 아예 오키나와 밖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헤노코에 기지가 들어서면 산호초 군락이 파괴될 우려가 큰 데다 이곳 역시 도심에서 멀지 않아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마키 후보의 당선으로 오키나와현은 오나가 전 지사가 발표한 헤노코 이전을 위한 해안부 매립승인 철회 절차를 계속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 소송 방침을 밝히는 등 기지 이전을 강행할 계획이어서 오키나와현 정부와 중앙 정부의 갈등은 확산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관방장관은 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조기에 헤노코에 미군 기지를 이전하고 후텐마 기지의 반환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면서 "헤노코 기지 이전과 기지 이전지 해안부 매립은 과거 오키나와현 지사가 승인한 것"이라며 기지 이전을 강행할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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