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미정상 논의 이어받아 이달중순 서울서 8차회의
'패키지딜' 시도…총액·기간·투명성 주고받기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2019년 이후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연내타결 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 요구를 둘러싼 '절충점 찾기'가 이뤄져야 물꼬가 트인다.
한미 양측이 최근 '패키지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방위비분담에 포함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되, 증액 요구는 일부 받아들이는 식으로 타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지난달 19∼20일 열린 7차 회의 때까지 한미 양국은 총액과 관련해 큰 입장차를 보여왔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 요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국은 한미연합 훈련 등 계기에 한반도 및 그 주변으로 전략자산(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원자력 잠수함, 장거리 전략 폭격기 B-1B와 B-52 등)을 전개하는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라며 방위비분담 항목에서 '작전지원'을 신설하고 그에 맞춰 분담액 증액을 요구해왔고 우리 측은 '방위비 분담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맞섰다.
그런 터에 협상 상황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의 1일 브리핑 발언을 통해, 평행선을 그려온 양측의 입장 차이가 미묘하게 좁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당국자가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포함할 것을 계속 요구하는지를 질문받자 "그렇다 아니다라고 답변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양측이 최근 총액, 기간, 연간 증가율(물가상승률 등 감안), 제도 개선 등 쟁점 요소들을 '패키지'로 해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교가에선 당국자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한국 측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신설 요구는 수용하지 않되, 기존 항목(군사건설·군수지원·인건비) 안에서 일정 수준 증액을 해주고 기간·연간 증가율·제도 개선 등에서 상응하는 요구를 관철하는 쪽으로 협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미 정상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대북공조의 '큰 그림'이 방위비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주목된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때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함께 조기 타결 의지를 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우리 정부는 방위비의 적정한 책정과 투명성 강화라는 국민적 요구와 남북관계 진전 및 북핵 해결 과정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원활하게 가져갈 필요성 등을 두루 고려해서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관측통들은 이달 중순 서울에서 열릴 제8차 회의에서 연내타결 가능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문제가 논의된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인 만큼 양국 수뇌부의 의중이 반영된 중요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3월부터 이뤄진 양측 실무 당국자들 간의 협상에서는 팽팽한 입장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지만 양국 정상이 지난달 회담에서 논의한 뒤 이뤄지는 협상인 만큼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상 간에 논의한 뒤 그 논의를 실무자들이 이어받아 구체 합의를 도출하는 이른바 '톱다운'(Top down)식 타결이 이뤄질지 관심을 끄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양국 정상간에 논의된 것은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시사하므로 양측 협상 대표단으로서는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것을 유념하면서 협의하겠지만, 시한에 쫓겨 내용을 희생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이며 올해 한국 측 분담액수는 약 9천602억 원이다.
방위비 분담금 관련 제9차 협정은 오는 12월 31일로 5년의 적용 기간이 마감되기 때문에 2019년 이후 분에 대해 연내에 타결을 봐야 한다. 국회 비준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한두 달 안에는 협상 타결이 이뤄져야 할 상황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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