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경남FC의 박지수(24)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한 아버지 때문이었다.
박지수는 1일 통화에서 "어렸을 때, 목발에 의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라며 "아버지에게 푸른 잔디를 내달리는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 아버지의 다리를 고쳐드리겠다는 목표로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박지수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갔다.
많은 훈련량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기량을 끌어올렸다. 박지수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각급 청소년 대표팀에 뽑히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그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스팀인 대건고에 진학했고, 고교 졸업 후 보기 드물게 프로에 직행하는 행운까지 누렸다.
그러나 프로 직행은 박지수에게 독이 됐다.
그는 입단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서 외면받은 박지수가 갈 곳은 없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며 "아버지께 축구를 하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반항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눈물을 쏟으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박지수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마음을 잡았다.
그는 "아버지가 성공하지 못해도 되니,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한 마디가 나를 다시 일으켰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아마추어 리그인 K3리그(4부리그) FC의정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자존심이 상하고 운동 환경도 좋지 않았지만, 그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이를 악문 박지수는 재기에 성공했다. 경남FC 입단 기회를 잡은 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지난해 경남의 K리그2(2부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박지수의 인생엔 햇살이 스며들었다. 그는 1일 발표한 축구대표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박지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라며 "가장 먼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이런 날도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 국민이 지켜보는 푸른 잔디에서 힘차게 뛰겠다. 아버지와 함께 뛴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쏟아내겠다"라고 밝혔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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